품귀 현상 GPU 26만개, 왜 한국에 먼저 풀었나...엔비디아가 한국 택한 이유

박준석 2025. 11. 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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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선물' 공개한 젠슨 황
정부·삼성·SK·현대차 각 5만 장
단일 국가에 이례적 우선 배정
"전 세계 AI 중심지 될 수 있어"
李 정부 'AI 3대 강국' 발판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 네이버 4개 기업에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한다. 세계적 AI 투자 열풍 속에 품귀 현상을 빚는 GPU를 한국에 최우선으로 배정하는 '빅딜'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를 확보해 반도체,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에 AI 도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주권) AI 구축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도 함께했다. 젠슨 황은 "세계에서 이렇게 훌륭한 산업 역량을 지닌 나라는 한국 말고 어디에도 없다""한국은 전 세계 AI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엔비디아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는 각각 GPU 5만 개씩 구매할 기회를 얻는다. 나머지 6만 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품으로 간다.

삼성전자는 '거대한 두뇌' AI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지을 예정이다. SK도 AI 팩토리를 차려 반도체 연구, 클라우드, AI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AI 모빌리티 팩토리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 개발에 필요한 초대형 AI 모델을 학습할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반도체·조선 등 산업 환경을 가상 공간에 재현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무려 14조 원 규모 GPU 확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에게 선물한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 경주=정다빈 기자

이번 빅딜로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PU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연산할 수 있어 AI 모델 학습 훈련에 필수적 반도체다. 하지만 세계적 AI 투자 열풍에 따라 당초 'GPU 5만 장 확보'를 목표로 내건 정부는 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개수 기준 다섯 배가 넘고 금액으로는 1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물량을 한국에 먼저 공급하기로 하면서 GPU 수급난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당장 GPU 5만 장을 확보한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공급망에 밀착하게 됐다. 엔비디아가 공급할 GPU에는 두 기업이 생산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통상 블랙웰 GPU 칩 하나에 'HBM3E(5세대) 12단' 제품 8개가 탑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으로 한국이 확보한 HBM 물량은 200만 개가 넘는다. 나아가 이번 협력을 계기로 6세대 제품인 HBM4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핵심 공급사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고 있는 엔비디아로서도 한국이 매력적 파트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젠슨 황은 최근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0%로 떨어졌다"고 했다. 이번 빅딜이 HBM 시장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엔비디아 GPU에 의존해 온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 한 곳에 불과했던 HBM 고객사가 다양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초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물량을 입도선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도 HBM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한 회사를 선택할 필요 없이 둘 다 모두 필요하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HBM4, HBM5, HBM97까지 함께 개발해 나갈 것이라 100% 확신한다"고 했다.

경주=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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