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관 폭행, 사무소에 총격… 우크라 젊은 층 징집 기피 확산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5. 11. 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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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난 악화되자 25세까지 낮춰
해외 도피하는 젊은이들 증가세
우크라이나 제66여단의 신병들이 지난 9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전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맞서 3년 8개월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군 동원(징집)을 둘러싼 불만과 저항이 커지고 있다. 징집을 피해 두문불출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징집 담당관을 향한 폭력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중부 폴타바주(州) 크레멘추크의 병력 충원 사무소에서 한 남성이 총을 쏴 근무 중이던 병사 2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동원 담당 장교와 경찰에 의해 사무소로 호송돼 왔고, 소지품 검사를 받던 중 갑자기 구(舊) 소련제 권총을 꺼내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경찰이 현장에서 피의자를 제압·체포하고, 범행 동기와 총기 출처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도 징집관이 폭행당했다. 시장에서 징집 활동을 하던 이들과 시민 간 시비 끝에 몸싸움이 벌어져 여러 명이 다치고, 징집 차량이 전복됐다. 당국은 “합법적인 병력 모집 활동을 폭력으로 방해한 행위”라며 도주한 용의자들을 찾아 나섰다.

우크라이나에선 현재 25세 이상 남성이 입영 대상이다. 본래 27세였다가 전쟁 장기화로 병력난이 심해지자 지난해 4월 두 살 낮췄다. 하지만 병력 확충 성과가 신통치 않아 징집 강도가 세지고 있다. 수도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등 대도시에서는 징집관이 젊은이들이 모인 식당과 쇼핑몰, 콘서트장을 돌며 동원 가능 남성들을 붙잡아가는 일도 벌어진다. 끌려가는 청년들이 “제발 놔달라”고 애원하며 몸부림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징집관에게 붙잡히지 않으려 외출을 삼가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징집을 피해 아예 해외 도피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특히 지난 8월 18~22세 남성의 출입국 제한이 해제되자, 유럽으로 10만명 이상의 청년이 빠져나갔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해외로 도피한 우크라이나 남성은 총 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국경 수비대가 돈을 받고 징집 회피자들을 몰래 국외로 빼돌린 사건도 적발됐다. 정부는 자원병 모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18~24세 자원자에게 무이자 주택 대출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고, 7월에는 60대 이상 국민의 입대를 허용하는 법안도 공포했다. 그러나 모병률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평균연령은 43세에 달한다. 38세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군보다 5세 이상 높다. 전쟁 초반 자원입대했던 병사들 상당수가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투 병력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물러서면 국가 자체가 사라진다”며 결사항전을 호소하고 있지만, 전쟁의 대가를 직접 치르는 젊은 세대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58%가 “징병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미국과 서방은 “현 전선을 유지하려면 병력 부족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출 것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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