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년 만에 왕좌 탈환 …'시스템 야구'로 V4 역사 썼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5. 10. 3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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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 한화에 4승 1패
지난해 PO 탈락 아픔 딛고
외부 영입 대신 자체 육성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들 똘똘 뭉쳐
신기술·강속구 대비 훈련 등
더욱 세밀해진 팀 관리로
염경엽 감독 명장 반열 올라
19년 만에 KS 진출한 한화
불안했던 마운드에 발목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염경엽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 군단' LG 트윈스가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패권을 거머쥐었다. 한화 이글스와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를 거둔 LG는 지난해 실패를 딛고 2년 만에 구단 통산 4번째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성공하고 환호했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를 4대1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23년에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야구계를 들썩이게 했던 LG는 2년 만에 패권을 탈환하고 왕조 재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9회말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한화 채은성을 땅볼로 직접 잡아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염경엽 LG 감독과 선수, 스태프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우승을 만끽했다.

2003년부터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를 정도로 KBO리그의 신흥 강호로 우뚝 섰다. 여기에는 왕조를 구축하기 위한 탄탄한 시스템과 세밀한 팀 운영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플레이오프(PO)에서 삼성라이온즈에 1승3패로 밀려 한국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불펜투수진이 크게 흔들렸고, 무엇보다 베테랑급 타자들이 기복을 드러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작년 실패를 거울삼아 LG는 빠르게 팀을 재건했다. 팀이 운영하던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왕조를 만들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존 틀을 흔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LG가 2010년대 후반부터 쌓아온 자체 육성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많은 돈을 들여 외부 영입을 하는 것보다 프로 문턱을 넘어와서부터 줄곧 팀에서 성장한 내부 선수를 더욱 중용했다.

올 시즌 타점 2위(108타점)에 오른 문보경, 타격 9위(0.313)를 차지한 신민재, 두 자릿수 승수를 쌓은 '국내 3인방'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이상 11승) 등 주요 포지션에 L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했다. 시즌 중반 홍창기, 오스틴 딘 등 간판 타자들의 부상에도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빈자리를 완전하게 메웠다.

이 과정에서 염 감독의 리더십은 더욱 세밀해졌다. 현역 시절 통산 타율 0.195에 그쳤지만 은퇴 후 프런트를 시작으로 스카우트, 운영팀장, 감독, 단장 등을 두루 경험했던 그는 탁월한 팀 운영 능력으로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2023년 우승으로 지도자로서 개인 첫 정상을 경험했던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 후에는 "기존 선수를 주축으로 시즌을 치러 새 얼굴을 발굴하지 못했다. 2025시즌에는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평소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메모를 정리하고, 선수와 팀 관련 각종 데이터를 중시해온 염 감독은 올해 더욱 세밀하게 훈련을 이끌었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 전지훈련에서는 선수 개개인마다 기술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과 목표를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관리했다. 특히 도루를 비롯한 빠른 주루플레이, 이른바 뛰는 야구를 가다듬기 위해 드론을 띄우고, 스피드 센서, 타임 체크기 등 각종 신기술 기기도 접목시켰다.

이번 우승으로 염 감독은 개인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됐다. 역대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를 두 차례 이상 우승한 감독은 김응룡(10회), 류중일·김재박(이상 4회), 김태형(3회) 등 8명뿐이었다. LG 사령탑 중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감독은 염 감독이 처음이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기 전에도 세밀한 준비가 빛났다.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등 한화의 강속구 외국인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피칭 머신에 특수 고무공을 넣고 시속 160㎞로 조정해서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효과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쌍둥이 군단'의 팀워크는 더 끈끈해졌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들이 있었다. 지난해 일제히 부진했던 김현수·박해민·오지환 등 베테랑 3총사는 경기장 안팎으로 솔선수범했다. 시즌 전부터 백업보다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고,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에도 한 발씩 더 뛰고 몸을 날렸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이기고도 경기 중 병살타를 쳐 질 뻔했던 상황을 떠올려 눈물을 흘렸던 박해민은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서 기쁨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한화 이글스는 LG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 홈구장으로 옮긴 첫해에 한화는 정규시즌 전반기 1위를 달성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내내 불안했던 마운드가 LG 타선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두산·NC 감독 시절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를 지휘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5차례 모두 준우승으로 마무리하며 '한국시리즈 징크스'를 이어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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