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2년 만의 정상 탈환…V4로 왕조의 서막 알리다

7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2년 만의 정상 탈환. 엘지(LG) 트윈스가 통합 4번째 우승, ‘V4’의 위업을 달성했다. 2020년대 들어 벌써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엘지는 이제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엘지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엘지가 통합 우승을 달성한 것은 1990년과 1994년, 2023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2000년대 암흑기를 거쳐 2019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7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엘지는 최근 3년 사이 두 번이나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강팀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특히 시즌 시작 전 염경엽 엘지 감독은 “올 시즌은 육성과 성적을 같이 하는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반짝 우승이 아닌 앞으로의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엘지의 우승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는 시즌 시작 전 ‘디펜딩 챔피언’ 기아(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기아가 부상 등으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사이, 엘지는 강한 선발진을 토대로 개막 7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타선이 침묵하며 전반기 1위 자리를 한화에 내주고 말았다. 엘지는 후반기 대반격을 시작했고, 8월 선두 자리를 탈환한 뒤 한 번도 뺏기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엘지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투타 균형이 제일 좋았다. 팀 타율(0.278) 1위, 세부 수치 역시 상위타선 출루율(0.375) 2위, 중심타선 장타율(0.463) 2위, 하위타선 OPS(0.731) 1위 등 짜임새를 보여줬다. 오스틴 딘과 문보경, 김현수로 구성된 중심 타선 위아래로 신민재와 홍창기, 문성주,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 등이 포진하며 거를 타순이 없었다. 몇 명의 S급이 아닌 다수의 A급으로 꾸려진 숨 막히는 라인업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엘지 타자들은 한화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했다. 이택근 에스비에스(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겨레에 “엘지 타선은 21세기 최고의 컨택트 타선이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선수들이 1번부터 9번까지 다 배치돼 있다”며 “한화 투수들은 삼진을 잘 잡는 선수들이 많은데, 엘지 타자들은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보니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했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도 1994년 이후 처음으로 ‘10승 선발투수’ 4명을 배출하며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13승6패)를 비롯해 임찬규(11승7패), 송승기(11승6패), 손주영(11승6패)이 모두 10승 이상을 거뒀다. 게다가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가세한 앤더스 톨허스트도 8경기에서 6승2패를 거두며, 후반기 엘지의 돌풍을 견인했다. 사실상 선발 5명이 모두 제 역할을 해준 셈이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3.52로 리그 2위였다. 치리노스(6이닝 1실점)와 손주영(5이닝 1실점), 톨허스트(2경기 13이닝 3실점)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로 나와 마운드를 책임졌다. 불펜에선 유영찬이 2년 연속 20세이브를 수확하며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됐고, 베테랑 김진성과 신인 김영우, 함덕주, 이정용 등이 팀 뒷문을 책임졌다.
수비율 0.983(리그 3위)의 물샐 틈 없는 수비도 통합우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센터라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신민재(2루수)-오지환(유격수) 키스톤 콤비는 내야를 지켰고, 강한 어깨의 박동원(포수)과 ‘미친 수비’ 박해민(중견수)은 그물망 수비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게다가 ‘내야 멀티’ 구본혁은 131경기에 나와 2루수, 유격수, 3루수 할 것 없이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핵심 자원이 됐다.

박재홍 엠비시(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엘지가 전체적으로 선수 개개인 능력이 좋다. 한국시리즈 경험도 있다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며 “박동원의 투수 리드가 좋았고, 수비가 좋은 구본혁은 이젠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허도환 엠비시(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엘지의 센터라인은 상대 팀이 보기엔 악마”라며 “외야 잘 맞은 타구는 박해민이 잡아내고, 안타다 싶으면 오지환과 신민재가 다이빙캐치로 걷어낸다. 박동원은 어깨가 좋아서 주자들이 도루를 잘 못 뛴다”고 했다.
투타 밸런스는 물론 높은 수비 완성도, 그리고 두꺼운 선수층까지. 전문가들은 엘지가 또 하나의 왕조를 써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택근 해설위원은 “엘지는 다른 팀들과 선수층 면에서 무게감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힘든 시기를 겪은 육성 선수들이 3명이다 보니 선수들의 간절함도 묻어나는 것 같다”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요인보다 플러스 요인이 많다. 엘지가 이제 왕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전/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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