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거 다하는’ 구혜선 이번엔 사업가…여대생 필수템으로 대박 도전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5. 10. 3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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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는 헤어롤’ 벤처 창업한 다재다능 배우
샴푸 ‘그래비티’와 협업…KAIST 박사준비도
자신이 개발한 헤어롤인 ‘쿠롤’을 착용하고 있는 구혜선 씨. 폴리페놀팩토리
배우이자 영화감독, 화가. 구혜선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어느새 마흔을 넘긴 그는 발명가이자 사업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추가했다. 최근 헤어롤 ‘쿠롤’을 발명해 특허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 ‘스튜디오 구혜선’을 세우며 인생 2막을 연 것이다.

구혜선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이 너무 좋아서, 더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첫 발명품인 ‘쿠롤’은 ‘펼쳐지는 헤어롤’이다. 평소에는 동그란 헤어롤을 판판하게 펼쳐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말아서 머리에 착용할 수 있다. 발명은 일상의 관찰에서 시작됐다. 성균관대 영상학과 재학 시절 길거리에서 헤어롤을 말고 다니는 학생들을 본 것이 계기였다. 머릿결 손상 걱정이 없고, 휴대하기 편하며, 분실해도 부담 없는 가격 덕에 헤어롤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패션 아이템’이 된 점에 주목했다. 구 대표는 “헤어롤은 한국에선 다들 하루 종일 말고 다니다가 남자친구 앞에서만 푸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빼는 것이 혁신’이라는 지도교수의 조언도 결정적이었다. 처음엔 커다란 뷰티 디바이스를 고민했지만 기존 헤어롤에서 핵심 기능만 남기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020년 출원한 특허는 1년 반의 기다림 끝에 2021년 등록됐고, 올해 폴리페놀팩토리가 론칭한 헤어 브랜드 ‘그래비티’와 협업해 이달 세상에 나온다. 벤처기업 등록까지 마치고 지난달 출범한 주식회사 ‘스튜디오 구혜선’의 첫 작품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반골 기질’과 ‘반항심’이라고 답했다. 구 대표는 “솔직히 안티도 많았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누군가 나를 부정한다는 것이 오히려 굉장한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구혜선 씨가 개발한 헤어롤 ‘쿠롤’. 폴리페놀팩토리
이러한 반항심은 “나는 절대 너희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을 거야”라는 태도로 이어졌다. 대중이 원하는 뾰족한 얼굴형을 따르지 않거나, 일부러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영화제에 드레스를 입지 않고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는 “연기만 했다면 성공했을 거라는 말도 많았지만 ‘내 인생을 왜 다른 사람이 정하나’,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아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술가 출신 사업가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오히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구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지론을 펴면서 “과거 독립영화를 제작하며 자본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사업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구혜선 씨가 대전 KAIST 본원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새봄 기자
현재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그는 박사 과정 진학도 준비 중이다. 영상미디어를 전공한 만큼 영상 미디어 콘텐츠 마케팅이나 지식재산, 경영 분야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스튜디오 구혜선’을 통해서는 과거의 자신을 재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흥행에 실패했던 과거 영화들을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키고, ‘쿠롤’을 단순한 미용 제품이 아닌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헤어롤에 QR코드를 삽입해 음악이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저는 죽기 전까지의 계획을 미리 세워놓는 사람이에요. 20대에는 배우가 가장 유리한 길이라 생각했고, 30대엔 감독 일에 집중했죠. 이제 40대가 됐으니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재활용할 시간이에요. 박사 학위를 받아 50대에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더 나이가 들면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어요. 앞으로의 인생이 정말 기대돼요.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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