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홧병 식히라고 만들었어요”...삭막한 도심 오피스 곳곳에 쉼표 찍혔다
광화문 KT 사옥 로비·통로에
박서보 ‘묘법’ 하종현 ‘접합’
韓 단색화 거장 대표작 전시
강남 포스코센터 야외 정원엔
제철소 쇳덩이로 만든 조형물
백남준 비디오아트도 로비에

지하철 광화문역과 연결된 KT 사옥 지하 1층 통로에도 방문객 몇몇이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하종현의 ‘접합(Conjunction)-88’(1988) 앞에서다. 마대천 위에 거칠게 밀려 올라온 물감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 지하 식당가를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국내 단색화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답게 두 작품 모두 직원과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았다.


회사는 직접 소장한 이광호 작가의 ‘선인장 시리즈’와 라이언 모슬리, 제롬 부트랭, 폴 베르지에 등 유럽 작가들의 회화도 곳곳에 배치했다. 단조로울 수 있는 사무실에 색채를 더해 긴장감을 완화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 구조가 크고 여유로워 대형 작품을 걸기 좋다”며 “근무 공간 사이사이 휴식 공간에도 작은 판화와 소품을 배치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이 사옥을 갤러리처럼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객, 투자자, 협력사 등 외부인이 자주 방문하는 공간을 예술품으로 채우며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동시에 직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창의적 자극을 주려는 의도다.
1988년 12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연면적 1만㎡ 이상인 신·증축 건축물(업무·판매·숙박시설 등 일정 용도)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만큼을 미술 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작품을 구매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에 기금을 출연할 수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작품 구입을 선택하고 있다. 기업이 로비, 회의실 등에 사내 소장품을 전시하는 것은 단순히 내부 장식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을 문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객과 투자자가 머무는 짧은 순간에도 예술로 채워진 공간을 통해 기업 브랜드를 세련되게 구축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미술품은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도 주목받는다. 블루칩 작가의 작품은 안정적인 시세 상승을 보이며 인플레이션기에도 자산 가치를 지키는 효과가 있다. JP모건체이스의 기업 미술 컬렉션은 1959년 50만달러(약 7억2000만원) 규모의 투자로 시작됐는데, 현재 그 가치는 1억달러(약 1432억9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미술품은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 장기 보유 자산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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