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죽음에도 장례지도사… 600만 펫팸족 시대, 변하는 애도 문화

마주영 2025. 10.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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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식장 모습./ 독자 제공


안양시에 사는 A씨는 지난 30일 특별한 장례식에 다녀왔다. 바로 친척이 키우던 강아지 ‘순둥이’의 장례식이다. 10년 넘게 가족과 함께 한 강아지는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순둥이와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자 시흥시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 풍경과 장례 절차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가족들이 직접 고른 수의를 입히고 염을 진행했다. 입관을 마친 빈소에는 순둥이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정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나무로 된 관에 누워 있는 강아지와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 장례지도사는 관을 들고 화장로에 들어섰다. 한시간가량 지나자 가족들은 유골이 담긴 상자를 건네받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대하는 장례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에 달한다. 이 중 경기도내 반려가구가 157만 가구(전체 26%)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펫팸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 없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 장묘 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

10년째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박모(31)씨는 “가족이나 다름 없는 존재를 쓰레기처럼 담아 버릴 순 없는데, 직접 땅에 묻는 것도 불법이라고 들었다”며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애도가 필요하다는 인식 변화에 맞게 장례 문화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반려동물 장묘 시설(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는 2022년 68개, 2023년 74개, 지난해 83개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시설 위주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수익성을 따지는 민간 업체들은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리잡기 때문에 외곽에 사는 반려 가구가 원정 장례를 떠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반려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공공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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