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살인’ 누명 벗은 故윤동일씨, 5억원대 국가배상 소송 전망은
1991년 당시 경찰 강압 수사 인정된 셈
윤동일씨 사망과 수사간 인과관계 쟁점
출소 후 암 진단… 범인 몰리며 일상 무너져
앞서 20년 옥살이 윤성여씨에 18억 배상
소멸시효 한달… “피해자 권리 행사하길”

고(故)윤동일 씨가 35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10월 31일자 5면보도)로 누명을 벗으며 이어질 국가배상소송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재심 판결에서 수사 과정의 불법성이 인정된 가운데 윤씨 사망과의 인과관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 측은 지난 2023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5억 3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이 윤씨를 이춘재 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기 위해 각종 강압·위법 수사를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윤씨가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윤씨는 수사기관이 별건으로 수사해 문서 등을 조작해 기소한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수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35년 전 내려진 강제추행치상 판결이 무죄로 뒤집히며 배상 가능성은 커졌다.
수원지법은 지난 30일 무죄를 선고하며 수사기관이 제출한 윤씨의 자백 진술과 증인신문 조서 등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1991년 사건 당시 경찰이 진행한 강압 수사의 불법성을 인정함 셈이다.
이에 고인이 된 윤씨의 사망과 불법 수사 및 누명으로 인한 피해의 인과관계 입증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씨는 1997년 만 26세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아 암 진단을 받았다. 이춘재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점도 DNA 검사를 통해 확인됐지만, 이미 사건 초기 범인으로 몰리며 보도된 얼굴과 신상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고통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2년 ‘이춘재 8차 살인 사건’의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국가배상 소송을 통해 18억7천여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2020년 윤성여씨의 살인 등 혐의 재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배상 소송 재판부는 누명으로 인한 가족들의 피해와 고통까지 고려해 윤성여씨 부친에 2억원, 형제자매 2명에 대해서도 각각 5천만원의 배상액을 정했다. 당시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해 배상액이 확정됐다.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판결 무죄로 수사의 위법성은 밝혀진 것 같다”며 “국가배상에선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쟁점 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윤씨는 당시 흉악한 범죄자로 알려지며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웠다. 출소 직후 걸린 암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춘재 살인 사건’ 불법 수사 피해의 소멸시효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아 추가 피해자들의 소송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지난 2022년 12월 9일 이춘재 살인 사건에서 누명을 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과거사 국가배상 소송의 경우 소멸시효는 통상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 후 3년으로 본다.
누명을 쓰고 실제 옥살이를 한 피해자는 故윤동일씨와 윤성여씨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소되지 않았지만 불법구금과 자백 강요 등 강압 수사를 받아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는 20명이 넘는 것으로 진화위 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진화위 결정 후 3년이 다 돼 간다. 아직 피해자들이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남아 있다. 강압수사에 피해를 본 분들이 본인들의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권리를 행사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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