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혁신적 사고의 도구 '메모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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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철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학자로는 드물게 많은 저술을 남겼다.
루만의 놀라운 생산력을 떠받친 힘은 제텔카스텐(Zettelkasten·메모 상자)이란 메모 방법이었다.
메모를 통해 사고의 연결망을 짜지 않으면 크고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살필 수 없다.
흥미롭게도 루만은 메모를 특정 주제에 맞추어 분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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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철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학자로는 드물게 많은 저술을 남겼다. 논문만 해도 400편을 넘겼고, 저서도 70권에 이르렀다. 사회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생태학 등 다루는 분야도 방대했다. 루만의 놀라운 생산력을 떠받친 힘은 제텔카스텐(Zettelkasten·메모 상자)이란 메모 방법이었다. 평생 9만장 넘는 메모를 남겼다. 손바닥만 한 카드에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이나 책 구절 등을 적고, 이를 상자에 넣어서 관리했다. 그런 다음 필요할 때마다 들여다보면서 논문이나 책으로 써냈다.
'제텔카스텐과 소통하기'(1981)란 글에서 루만은 제텔카스텐을 자신의 '두 번째 기억' 또는 '소통 상대'라고 불렀다. 글쓰기 없이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 메모는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는 수단이고,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차이 짓고 구분하는 도구다. 메모를 통해 사고의 연결망을 짜지 않으면 크고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살필 수 없다.
메모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메모나 기록은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과거의 나와 자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다. 수시로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끼적여도, 나중에 들여다보지 않으면 시간만 버린 셈이다. 메모나 기록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탐구의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루만은 말한다. "어차피 글을 써야 한다면, 메모 상자를 유능한 소통 대상으로 만드는 게 좋다."
메모를 유능하게 하려면 활용하기 좋게 보관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루만은 메모를 특정 주제에 맞추어 분류하지 않았다. 그 대신 메모마다 아이디어 하나만 적고, 번호를 부여해 순서대로 넣은 후, 서로를 참조할 수 있도록 이를 자유롭게 연결하려 애썼다. 메모 자체보다 메모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데 열중한 셈이다.
그 결과, 제텔카스텐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에 담아 무작위로 분류하고 통합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 의미와 체계를 생성한다. 연결의 핵심엔 놀라움이 있다. 메모를 비교하고 대조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깨달음이다. 이는 무질서에서 질서를 생성하는 것이고, 우리가 이전엔 의도하지 않은 방식,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고 통찰을 이룩하는 사고법이다.
지식의 발전은 본래 무작위 변이와 선택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제텔카스텐은 메모 방법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탐색하는 독창적 사고법이다. 그 안에 내재한 예측 불가능성과 우발성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필수적이다. 스스로 진화하는 제텔카스텐과 대화함으로써 우리는 자기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적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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