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도 못 벗어난 코리안리거의 월드시리즈 징크스

김형준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2025. 10. 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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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노리고 다저스 택했지만, 5차전까지 벤치 신세 못 면해
역대 김병현·박찬호·류현진 등도 월드시리즈 도전했지만 좋은 기록 못 남겨

(시사저널=김형준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2024 시즌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는 역대 8번째이자 2020년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있었을 때(2013~19년)도 스타 군단이었지만,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하고 일본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독보적인 부자 구단이 됐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김혜성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주전 경쟁에 유리했던 LA 에인절스 대신 다저스와 계약하며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다저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김혜성은 "다저스니까"라고 답했다. 최고의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에서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에 서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비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다저스는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며 가을야구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승승장구, 월드시리즈에 다시 진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혜성은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경기를 그라운드 대신 벤치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10월30일 치러진 5차전까지 좀처럼 그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역대 5번째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김혜성. 그보다 앞서 꿈의 무대에 나섰던 한국인 선수들도 아쉽게 월드시리즈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LA 다저스 김혜성 ⓒAFP 연합

2001년 WS서 애리조나 마무리 김병현, 끝내기 피홈런 '악몽'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2001년 월드시리즈는 정반대 성향인 두 팀의 대결이었다. 최고 명문 양키스는 1996년·1998년·1999년·2000년 우승에 이어, 6년에 걸쳐 5번째 우승이자 4년 연속 챔피언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애리조나는 1998년에 창단한 4년 차 신생팀이었다. 대다수 전문가는 당연히 뉴욕 양키스의 우세를 점쳤다. 당시 뉴욕이 9·11 테러라는 비극을 겪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뉴욕 팀에 대한 동정 심리도 높았다.

그런데 그해 월드시리즈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애리조나 투수 원투 펀치인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높은 산은 양키스 타자들의 등정을 불허했다. 하지만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최초로, 두 경기 연속 팀의 승리를 날려 양키스는 기사회생했다. 4차전에서 데릭 지터가 김병현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마지막 7차전에서 애리조나는 실링과 존슨이 이어 던졌고, 결국 감격적인 우승컵을 안았다. 4차전과 5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김병현은 우승 순간 동료들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이듬해 김병현은 월드시리즈의 후유증 없이 36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부담감이 너무 큰 마무리에서 벗어나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다. 2003년 5월 애리조나는 김병현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훗날 86년 된 밤비노의 저주(보스턴)와 108년 된 염소의 저주(시카고 컵스)를 모두 풀어낸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김병현을 무척 좋아했다. 

김병현의 바람과 달리 선발 전환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는 불펜으로 돌아갔다. 2004년 보스턴은 1918년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만, 김병현은 당시 월드시리즈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스턴에서의 1년 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두 개를 가진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다.

2008년 박찬호는 7년 만에 LA 다저스로 돌아왔다. 스프링캠프의 5선발 경쟁에서 스무 살 루키(클레이튼 커쇼)에게 밀려난 후 불펜으로서 좋은 활약을 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대결했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다저스를 꺾고 올라간 필라델피아는 1980년에 이어 창단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박찬호는 우승팀인 필라델피아로 옮겼고,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필라델피아는 2009년에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며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고, 박찬호는 그렇게 후배 김병현에 이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월드시리즈 2경기에 불펜투수로 나와 3.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그해 우승팀은 양키스였다. 

2010년 박찬호는 다시 팀을 옮겼다. 필라델피아를 꺾고 우승한 양키스였다. 하지만 시즌 중 방출을 당했다(피츠버그 이적). 메이저리그는 로스터에 들지 못한 선수라도, 정규시즌 출전 기록이 있으면 우승 반지를 준다. 하지만 그해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했다. 결국 박찬호는 그렇게 우승 경력 없이 메이저리그 17년을 종료했다.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김병현, 필라델피아 불펜투수 박찬호,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 ⓒ연합뉴스·EPA 연합

한국 선수 최초 WS 선발투수 나선 류현진도 '패전' 멍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세 번째 선수는 류현진이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 오른 LA 다저스는 류현진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어깨 수술에서 돌아온 첫해였던 류현진이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휴스턴에 패했는데, 2년 후 휴스턴이 다저스의 사인을 훔친 후 쓰레기통을 두들겨 타자들에게 알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는 몰수되지 않았다.

2018년 다저스는 또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그해 류현진은 내전근 부상을 당해 시즌의 절반을 날렸지만, 15경기에서 7승3패 1.97을 기록하는 뛰어난 활약을 했다. 류현진은 커쇼를 대신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섰고, 7이닝 8K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관중석에 있던 샌디 쿠팩스가 7회를 정리하고 들어오는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디비전시리즈의 활약을 바탕으로 류현진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류현진은 4회까지 1실점으로 선전했지만, 5회 2사 만루에서 교체됐다. 그리고 후속 투수의 3실점으로 4.2이닝 4실점 패전을 안았다. 결국 다저스는 우승에 실패했고, 월드시리즈 선발승은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달성하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2020년 류현진은 토론토로 떠났고, 류현진이 없던 다저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1988년 이후 첫 우승이었다.

올 시즌 LA 다저스에서 뛰며 뛰어난 스피드와 도루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시켜준 김혜성은 가을야구에서도 확실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2003년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대주자로 등장해 도루를 성공시켰는데, 보스턴은 이 도루에 힘입어 4연패 위기를 극복했고 3연패 후 4연승의 '리버스 스윕'으로 양키스를 극적으로 꺾었다. 이번에 다저스가 김혜성에게 기대하는 건 제2의 로버츠였다.

김혜성은 어깨 부상 이후 타격감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다저스가 치른 네 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대주자 김혜성을 써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김혜성은 5차전까지 치러진 10월30일 현재 월드시리즈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디비전시리즈 때 대주자로 한 번 나선 것이 포스트시즌 활약의 전부가 됐다.

반면 다저스의 일본인 트리오는 대활약을 했다. 월드시리즈 최초로 한 팀에 세 명의 일본인 선수를 둔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0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완투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오타니는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투수로 6이닝 10K 무실점 승리를 따내고, 타자로 솔로 홈런 세 방을 날리는 원맨쇼를 했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는 홈런과 2루타를 두 개씩 날리고 볼넷 5개를 골라냈다. 사사키 로키도 다저스를 구했다. 사사키는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막판에 불펜으로 전환해 다저스의 마무리가 됐다.

김혜성은 비록 무대의 중심에 서지 못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저스와 맺은 계약이 옵션 포함 최대 5년인 반면, 다저스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 121번의 월드시리즈에서 한국인 선수가 중심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 선수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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