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진출’ 치폴레, 하루 만에 주가 18% 급락… 美 MZ·저소득층 “너무 비싸, 집밥 먹겠다”
‘건강한 패스트푸드’ 체인 줄줄이 추락
경쟁사 스위트그린 올해 주가 80% 폭락
미국에서 ‘건강한 패스트푸드’ 열풍을 이끌었던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치폴레(Chipotle) 주가가 30일(현지시각) 하루 만에 18% 넘게 폭락했다.
1993년 미국에서 시작된 치폴레는 부리토, 타코 등 멕시코 요리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미국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빠르게 성장했다. 2006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11년에는 대형주 중심 S&P500 지수에 편입됐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7국에서 38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서울과 싱가포르에 1호점을 열 계획이다.

30일 뉴욕 증시에서 치폴레 주가는 전일 대비 18.2% 내린 채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낙폭은 22%에 달했다. 2012년 7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다. 단 하루 만에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9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른다. 2015년 치폴레 음식에서 노로바이러스와 대장균이 나왔을 때도 낙폭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경쟁사에 소비자를 빼앗기는 게 아니라, 식료품점과 집밥에 잃고 있다”며 “25~35세 사이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가 외식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치폴레 대신 다른 식당을 가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외식비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외식을 포기하는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학계에선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을 음식사막(food desert)이라 부른다. 식재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식품사막에 거주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햄버거와 치킨, 피자 등 상대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일상적으로 소비했다. 치폴레는 이들에게 ‘건강한 패스트푸드’라는 선택지를 제시해 인지도를 높였다. ‘빅맥 햄버거에 3달러(약 4000원)만 더하면 영양학적으로 훨씬 가치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식이었다. 음식 전문 매체 푸드앤와인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미국 현지 맥도날드 빅맥 단품 평균 가격은 5.79달러(약 8260 원)다. 치폴레는 치킨볼 기준 9.35달러(약 1만3340 원) 수준이다.

이 전략이 팬데믹 기간 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자금)과 맞물리면서 치폴레는 고공행진을 했다. 곧 지중해 음식 중심 프랜차이즈 카바(Cava), 맞춤형 즉석 샐러드 전문 프랜차이즈 스위트그린(Sweetgreen)처럼 프리미엄과 건강식 이미지를 내세우는 유사 콘셉트 브랜드가 줄줄이 떠올랐다. 이들은 패스트푸드만큼 빠르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며 스스로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Fast Casual Dining)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치폴레 핵심 소비자다. 치폴레에 따르면 매출 가운데 약 40%는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 3700만원) 미만 가구에서 나온다. 보트라이트 CEO는 이 그룹이 지난해부터 실업과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느린 실질 임금 성장 같은 여러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패스트 캐주얼 부문이 인기가 없고 감당하기 어려운(unaffordable)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치폴레는 올해 들어 3분기 연속으로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3분기 내내 동일 매장 매출은 0.3%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3%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방문객 거래 건수는 0.8% 감소하며 3분기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정작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은 뜸해졌다. 치폴레는 자체적으로 연간 매출이 보합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 자릿수 초반대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소 19개 증권사가 치폴레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치폴레발(發) 충격은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경쟁사 카바 주가는 같은 날 8% 급락했다. 스위트그린 주가도 6% 미끄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0일 종가 기준 스위트그린 주가는 연초 대비 80% 폭락했다. 카바는 올해 들어 51% 내렸다. 치폴레 역시 44~45% 하락한 상태다. 반면 가성비를 내세운 버거킹과 도미노피자 등은 오히려 성장 추정치를 웃돌며 주가가 올랐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모건 스탠리를 인용해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업계 이야기는 이번 핼러윈 시즌에 딱 맞는 괴담(This Season’s Halloween Scare)”이라며 “소득 상위층은 여전히 지갑을 열지만, 중산층 이하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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