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공급…세계 최대 규모 'AI 팩토리' 구축 본격화

박지은 2025. 10. 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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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서비스도 제공
엔비디아 GPU 5만개 이상 도입하기로
AI팩토리·휴머노이드·AI-RAN 협업 확대
25년 오랜 사업 인연 '깐부' 관계로 발전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초고속메모리(HBM)를 공급하며 오랜 숙원을 풀었다. 양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운영체계, 즉 ‘AI 팩토리’ 구축에도 협력한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서비스와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도체대전에 전시한 HBM4와 HBM3E. [사진=박지은 기자]
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1996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된 인연이 25년 만에 첨단 제조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차세대 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확대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HBM3E 일부 물량을 공급해왔고, 차세대 제품인 HBM4도 협력 중이다. 삼성의 HBM4는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했으며, 엔비디아 요구치를 웃도는 11Gbps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D램 ‘GDDR7’,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도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일부 제품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사실상 전량을 대만 TSMC에 맡겨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2025.10.3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엔비디아 GPU 5만장으로 AI 팩토리 가동

삼성전자는 향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이상을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한다. 반도체 제조 효율을 AI 기반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큰 그림이다.

삼성은 이미 일부 공정에서 엔비디아 AI 플랫폼 '쿠리소', '쿠다-X'를 적용해 미세 공정 회로 왜곡을 사전 예측·보정 중이다. 이를 통해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를 20배 높였다고 밝혔다.

양사는 국내 팹리스·장비·소재 기업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파트너와 협력해 차세대 반도체 설계 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AI 기반 제조 표준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

휴머노이드·AI-RAN으로 확장

휴머노이드 로봇과 제조 자동화 분야에서도 협업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전·스마트폰·네트워크 장비·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만큼 제조 자동화 수요가 크다.

회사 측은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지능형 로봇의 AI 추론·작업 수행·안전 제어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삼성, 엔비디아, 국내 산·학·연이 함께 AI 기반 기지국(AI-RAN)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AI-RAN은 네트워크와 AI를 융합해 로봇·드론 등 피지컬 AI가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작·센싱·연산·추론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차세대 제조·물류·산업 자동화 환경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李 "25년 인연, 업다운" 黃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

30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출시 25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소개했다.

황 CEO의 호출에 무대에 오른 이 회장은 양사 관계에 대해 “업다운(UPDOWN)이 있었지만 오늘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25년 전부터 반도체, 게이밍 모니터, 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이 회장의 ‘업다운’ 표현은 이를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협력이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경쟁에서 외연을 다시 넓히는 신호로 본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촉발한 AI 초격변기에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공급망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며 삼성전자는 D램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동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넘겨준 현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협력 공식화가 반도체 시장의 균형을 다시 흔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경북 경주=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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