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노동자 착취 구조 위에 쓰인 성공담"

정민경 기자 2025. 10. 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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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런베뮤 과로사 의혹 단독 보도한 정소희 매일노동뉴스 기자
"런베뮤 측, 유족 대하는 태도 상당히 비인간적, 충격...한국, 산재 은폐와 회피 권유하는 나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런던베이글뮤지엄 내부. 사진=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제공.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은 2021년 9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후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핫한 플레이스'였다. 현재 전국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유명세는 백화점 팝업 등으로 확산됐고 런베뮤를 만든 '료'(이효정) 역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올 2월 tvN STORY '백억짜리 아침식사'에서 오은영 박사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6월 료는 책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펴내며 각종 강연과 유튜브에 출연하며 영향력이 높아졌다. 지난 7월 사모펀드 운용사 JKL 파트너스에 2000억원 대에 매각이 된 후에도 성공적인 사업가로 지속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20대 청년이 지난 7월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매일노동뉴스는 <런베뮤 과로사 의혹 '주 80시간 초장근로' 스물여섯 청년 숨지다>에서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는데도 런베뮤 측이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런베뮤 인천점 주임인 고 정효원(26)씨가 지난 7월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고 주 80시간을 일했다는 점, 사망 전 새로운 점포를 개점하며 급성 과로에 시달렸다는 점 등을 담았다. 해당 사건은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도 매우 주목하는 사건이 되었고 지난 29일 고용노동부는 런베뮤 본사와 인천점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이 사건을 첫 보도한 정소희 매일노동뉴스 기자와 30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런베뮤의 과로사 사건이 대대적으로 이슈가 됐다. 기사를 쓰게된 과정과,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정황들은.

“제보로 시작된 취재였다. 창업자와 브랜드의 성공담이 SNS나 언론에서 워낙 신화적으로 다뤄져 알고 있던 브랜드였다. 그런데 유족 측에서 제공해주신 자료를 보며 허탈감을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 위에 쓰인 성공담이었다. 회사가 효원씨 부고와 사망 사건 및 유족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비인간적이었다. 과로 은폐와 산재 신청을 방해하겠다는 임원의 언행뿐 아니라 취재 이후에도 회사가 보내온 여러 입장에서 책임을 지속적으로 회피했다. 증거를 내밀자 말을 바꾸거나 질문에 대한 소극적인 답변 이외에는 어떤 구체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는 회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분노와 문제의식이 커졌다.”

-런베뮤 측의 대응 외에도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근로계약도 큰 문제였다. 사건을 살펴본 노무사나 노동계 관계자는 '선수가 만진, 악랄한 노무인사관리'라거나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위법이든 불법이든 탈법이든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이나 노동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매장만 가봐도 알 텐데 노동자 대부분 청년이다. 사회초년생이거나 청년들이 대부분인 매장직원에겐 높은 수준의 통제와 개별 평가를 통한 미세 관리(마이크로매니징)로 회사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주방 직원은 '이 업계는 원래 이런가'라는 체념을 하게 만든 노동환경이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성공 신화'로 포장되고,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느낀 구조적 문제는.

“누군가에겐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노동계는 오랫동안 산재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더 많이 전가되는 사실을 비판해왔다. 건강검진이나 부검 결과 아무런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고, 전날 공복 상태로 15시간을 일한 26세 청년 남성이 갑자기 숨진 사건을 가족은,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나. 그 모든 입증 책임은 왜 노동자와 유족에게 전가되나. 사람을 고용하고 일을 준 기업은 왜 이 모든 책임에서 빠져 나가나. 일하다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 나라다. 재작년 윤석열 노동부는 매일노동뉴스와 노동 안전 단체가 주최하는 살인기업(중대재해기업) 선정식에 기업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 은폐 신고 대비 처벌 비율은 2022년 기준 0.009%다. 산재 은폐와 회피를 권유하는 나라다. 이미 각종 자문을 받은 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은 크다.”

[관련 기사: 매일노동뉴스: 산재 은폐 권하는 사회]

▲tvN '백억짜리 아침식사' 런던베이글뮤지엄 료 대표 편. 출처=tvN 유튜브.

-런베뮤를 만든 료의 경우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출이 많았던 인물이다. 다만 이미 창업자가 매각을 했기에 이번 사건과는 관련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효정(료) 이사 뿐 아니라 전·현 경영진(대주주)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 경영진은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전 경영진에 돌리고 있다. 체불임금을 아껴 만든 상당한 영업이익을 보고 인수한 건 현 경영진 아닌가. 이미 모든 실사를 거치고 들어왔을 것이다. 효원 씨는 다른 부서에서 모셔가고 싶어할 정도로 회사 안에서 인정받았고, 장례식 빈소에 와서도 경영진이 효원씨가 유능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는 유족들 증언도 있다. 회사나 이효정 이사는 그렇게 SNS를 활발하게 하면서 회사를 위해 일하다 죽은 효원씨 부고나 추모를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이효정 이사를 비롯한 전 대주주나 창업자들도 지분은 매각했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직책을 맡으며 활동하고 있고, 브랜드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매출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었다. 이효정 현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사내 브랜드 강의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뉴얼을 넘어선 서비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성취감을 얻는 근무 태도 등을 강조해왔다. 매장 관리자들로 하여금 개별 직원을 평가하고 매장 모두가 강도 높은 서비스 노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매장을 가보면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인사하고 소리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업계 경력이 있는 전현직원들도 노동강도가 굉장히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걸 서비스, 브랜딩이라며 최저시급의 기본급을 주고 최고 수준의 노동강도를 강요해왔다. 돌아가시기 전 밥도 못 먹으러갔다는 효원씨 증언을 보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요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취재한 기자로서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누구 한 명에게만 물을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모두가 100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이효정 이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나오고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다들 많이 일하니까, 그러다 아프고 죽고 하니까 그냥 이런 사회지 하고 체념했다가 이런 반응을 보고 그래 이건 자연스럽지 않은 게 맞고, 우리 사회나 어떤 시민도 동의하지 않는 게 맞다'는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보도 중에는 10월29일 MBN 보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기업의 산재 은폐와 (휴게 없이) 이어진 절대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수치의 초장시간 노동이다. 그런데 갑자기 보도에서 사망 전 날 음주여부를 쟁점으로 꼽았다. 국과수 부검에서도 사망에 이를 정도의 알콜 수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유족은 같이 거주하던 동료들에게 사망 전날 '효원이가 치킨과 맥주를 거의 입에 대지 못하고 바로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MBN 보도에서 갑자기 사측 관계자라는 사람이 술을 마셨다고 증언한다. 부검에서도 사인으로 짚지 않은 쟁점을 왜 부각시킨건가. 회사도, 언론도 황당했다.”

▲29일 MBN '주 80시간 20대 과로사 의혹…런던베이글뮤지엄 근로감독 착수' 기사 화면 갈무리.

-정치권에서도 성명이 나오는 등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SPC 빵공장에서의 사망 사건 등과 함께 제빵 업계 구조 전체적인 문제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해당 뉴스가 퍼지며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과 제빵 업계 노동자들의 증언이 많이 나왔다. 효원씨 산재 은폐 의혹도 철저히 밝혀지는 동시에 업계에서 이 같은 착취가 반복돼 온 점을 노동부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원씨는 제빵사는 아니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관리자이자 청년 노동자로서 고강도, 초장시간 노동에 내몰렸고 수당 체불이나 부당한 근로계약도 강요받아야 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필요하다면 대형 프랜차이즈나 일정 규모 이상의, 아주 최소한으로는 적어도 신고가 들어온 업장들만이라도 근로 감독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일부 자기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꿈을 꿨다는,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다는 이유로 노동 착취에 내몰린 청년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취약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를 착취해 쉽게,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기업들도 이번 기회로 각성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문제를 중심으로 취재할 것인지.

“초장시간 근로를 반복하게 만든 회사 내 방침이나 구조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회사 측이 임금(인건비)을 아끼기 위해, 영업이익 늘리기 위해 매출에 미달하면 연장근로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또한 노동부가 시작한 근로감독은 런베뮤 인천점과 서울 종로 본사만이다. 노동부는 이후 위법 확인되면 다른 지점까지 넓힌다고 했다. 취재한 바로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동일한 근로계약서를 쓰고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기 때문에 근로감독 대상을 법인 전체로 확대해 산재 은폐나 퇴직금 회피, 해고 등 제보를 받을 수 있도록 취재 범위도 넓혀야 할 것 같다.”

-그 외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달라.

“가족분들에게 위로의 말씀 전하고 싶다. 효원씨가 남긴 기록만 봐도 너무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지금까지도 어떠한 협조도, 책임도 지지 않고 있지만, 효원씨는 연인에게도 어찌나 성실했던지 일로 바쁜 와중에도 틈나는 대로 마음과 상황을 전했고, 그 기록들이 남아 효원씨의 치열한 삶을 알 수 있게 됐다. 효원씨의 명복을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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