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시달리는 `민원 공무원` 병든다…“공무안전, 서비스질 결정”
30일 충남 민원응대 공무원 감정노동 실태 공론장
지역 차원의 `선제적 보호체계` 구축 모색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무원의 안전이 ‘시민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
한정애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장의 말이다. 한정애 센터장은 30일 천안 신라스테이에서 열린 ‘제1차 모두나;선 공론장’에서 “공무원의 안전과 존엄이 지켜질 때 비로소 시민을 위한 양질의 행정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가 실시한 ‘민원응대 공무원 마음건강실태조사’는 충남 지역 각 행정복지센터 근무 민원응대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 △정신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첫 번째 지역 단위 조사로, 의미가 크다. 센터는 이를 토대로 선제적 보호체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공론장에서는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전문가 진단 및 분석 △당사자 증언 △지자체·노조·전문가가 참여하는 종합 토론을 통해 충남형 민원응대 공무원 보호 모델을 모색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민원응대 공무원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며 공직사회의 ‘심리재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8월 경남의 한 보건소 20대 여성 공무원은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순직으로 인정됐다. 입직 3년 차부터 민원팀에서 근무하며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그는 발령 불과 2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4년 3월에는 경기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이 포트홀 보수 민원으로 ‘좌표 찍기‘를 당한 뒤 사망했다. 지난해 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은 고성을 지르는 민원인을 응대하다 실신해 숨졌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공무상 사망자는 2018년 78명에서 2022년 109명으로 39.7% 증가했다. 업무상 이유에 따른 공무원 자살 순직 신청도 2021년 26건에서 2022년 49건으로 약 2배 급증했으며, 이 중 승인된 건수는 22건이다.
정신질환으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공무원은 2022년 기준 274명으로, 일반 노동자의 11배에 달한다. 특히 최근 4년간 업무상 자살로 공무상 재해를 신청한 146명 중 입직 5년차 이하가 42명(약 29%)으로, 청년 공무원들이 감정노동과 업무 과중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 급증하는데, 법적대응 1.9% 불과
악성 민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 지자체에서 접수된 악성 민원은 2018년 3만 4484건에서 2022년 4만 1559건으로 20.5% 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적 조치의 부재다. 2020~2024년 5년간 민원인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저지른 폭언, 협박, 성희롱, 폭행 등 위법행위는 총 21만 1195건에 달하지만, 신고·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3911건(1.9%)에 불과했다.

정부는 2023년 민원처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바디캠 착용, 통화 강제 종료, 전수 녹음 등 공무원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등 2024년 5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 이행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가 2025년 6~7월 전국 13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34.1%는 악성 민원 발생 시 통화 강제 종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실제 통화 종료를 시행한 사례도 40.3%에 그쳤다. 악성 민원 대응 전담 부서가 없는 기관이 27.1%, 기본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못한 곳이 31%에 달했다. 전담 인력이 없는 기관도 58.1%로 절반 이상이었다.
한정애 센터장은 “민원응대 공무원의 고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번 공론장을 통해 충남이 민원응대 공무원 보호의 선도 모델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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