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을 글로 옮기며 나를 이해했어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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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스위스대사관에서 조금 특별한 북토크 행사가 있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르 미현 크로제(Laure Mi Hyun Croset) 작가의 '폴라로이드'와 '메이드 인 코리아' 두 작품을 놓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였다.
크로제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살 무렵 스위스로 입양 간 한국계 스위스인으로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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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스위스대사관에서 조금 특별한 북토크 행사가 있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르 미현 크로제(Laure Mi Hyun Croset) 작가의 ‘폴라로이드’와 ‘메이드 인 코리아’ 두 작품을 놓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였다. 크로제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살 무렵 스위스로 입양 간 한국계 스위스인으로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는 두 작품이 동시에 출간됐지만, 스위스에서는 ‘폴라로이드’(이숲에올빼미)가 2013년에, ‘메이드 인 코리아’(이숲에올빼미)는 2023년에 나왔다. 특히 ‘폴라로이드’는 스위스 ‘아카데미 로망드 이브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입양아로 자란 작가의 경험을 솔직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 이름도 ‘미현’이라는 작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 정도로 작가의 수치심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처음엔 나 자신을 주제로 삼았어요. 하지만 자화자찬이 아니라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인 ‘수치심’을 다뤘죠. 무용수가 무대에서 처음 나체로 춤추듯, 나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경험이었어요.”
최신작 ‘메이드 인 코리아’도 입양인 주인공을 내세워 정체성 탐구를 하고 있지만, ‘폴라로이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한다. 이번에는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남성이 주인공이다. 히키코모리처럼 살아가는 주인공이 당뇨병 진단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태권도를 배우며 몸과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친구를 만나 사회와 화해하는 여정을 그린다. 챕터 구성도 시사하는 바도 크다. ‘세계-아시아-한국-서울-동네-도장-몸’으로, 넓은 세상에서 작은 세상으로 촘촘하게 펼쳐진다. 아울러 작가 특유의 섬세한 언어와 무심한 듯한 관찰은, 결국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으로 귀결한다.
이처럼 크로제 작가의 많은 작품은 일관되게 ‘정체성과 인식’을 다룬다. 하지만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자기 성찰을 잃지 않는다. “자신을 스위스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프랑코포니’(프랑스언어권 세계공동체)의 일원으로 국적을 초월해 세계인으로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토크 중에는 낭독의 시간도 가졌다. 윤소라 성우의 낭독에 이어 크로제 작가가 직접 프랑스어로 낭독을 이어갔는데, 서로 다른 언어의 운율이지만 작품 자체가 가진 느낌이 공명하는 느낌을 주었다.
북토크 행사가 열린 스위스대사관은 한옥을 모티브로 삼아 설계한 공간으로 건축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북토크 행사가 끝난 뒤에는 나딘 올리비에리 로자노 스위스 대사가 직접 대사관 정원에서 즉석 와인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크로제 작가에게 방한 소감을 묻자 “한국 독자는 문학을 진심으로 존중해요. 그건 유럽에서 점점 사라진 가치예요. 제 이야기가 한국에서 작은 울림이라도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 박우현 ‘우주소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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