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콩 넘치는데…업계 등쌀에 또 수입
저가 외국산 공급 요청 빗발
농식품부, 추가 수입 없다더니
1만t TRQ 증량 기습 결정
“콩산업 육성정책 흔드는 선례
국산 사용 인센티브 도입해야”

올해 국산 콩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외국산 콩의 저율관세할당(TRQ) 추가 수입을 결정했다. 최근 콩 가공업계를 중심으로 저렴한 외국산 콩의 공급 요청이 빗발친 영향으로, 추가 수입을 하지 않겠다던 기존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생산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큰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국내 업체들이 농가와의 상생을 도외시한 채 외국산 콩에 대한 의존도만 늘린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7일 ‘2025년 세계무역기구(WTO) TRQ 식용대두 4차 수입권공매(실수요자용)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도입 물량은 1만t으로, 관세율은 5%다.
생산자들은 수확기를 앞두고 이뤄진 기습적인 추가 수입 결정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올해 콩 과잉생산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부도 추가적인 콩 수입은 없다고 여러차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11월 콩 관측월보’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면적은 8만3133㏊로 지난해보다 12.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왕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은 “국산 콩의 소비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식용 콩을 추가로 수입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깨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결정에 국내 콩 가공업계의 요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불길이 업계로까지 향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은 WTO·자유무역협정(FTA) TRQ를 통해 외국산 식용 콩을 사실상 의무 수입하고 있다. 식용 콩의 WTO TRQ 기본 계획물량은 18만5787t으로, 수요를 고려해 매년 3만∼4만t 규모를 증량해왔다. FTA TRQ 수입 물량은 한·미 FTA에 따라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 미국산을 포함한 전체 물량은 6만2607t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중 WTO TRQ의 경우 기본 계획물량 외에는 추가 도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 5월 관련 업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쌀 생산을 대체하는 전략작물직불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올해 콩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 만큼 업계에서 일부만이라도 국산 콩을 소화해달라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국산 비축 콩가격을 1㎏당 40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낮추는 할인 공급을 추진했지만 가공업계는 외국산 콩의 공급 확대만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관련 단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시행해 올 9월 2만7700t의 수입 콩을 추가로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WTO TRQ 물량도 9973t 증량했다.
문제는 농식품부가 기존 방침을 깨고 추가 공급을 단행했음에도 일부 단체들의 집요한 요구로 결국 1만t의 TRQ 증량이 한차례 더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올해 외국산 콩 공급 물량은 지난해와 동일한 약 28만6000t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업계가 요구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했음에도 추가 공급을 요구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생산자들은 국내 콩 가공업계가 농업계와 상생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aT의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두부 제조업체의 국산 대두 사용비중은 2013년 26.9%에서 2023년 17.4%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두부류 및 묵류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6169억원에서 1조538억원으로 58.4% 증가했다. 외국산 콩을 기반으로 양적 성장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국가의 식량생산 기반 확충 전략이 어떻게 되든 나만 살겠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추가 수입을 결정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년도 콩산업 육성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국산 콩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정식 농협두류전국협의회 사무총장(전북 부안중앙농협 조합장)은 “국산 콩 사용 실적에 따라 외국산 콩 공급 물량에 차등을 두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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