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접수 막히자 민원 98%가 사라졌다

경기일보 2025. 10.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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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33일째다.

우리 민원 행정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뜻하지 않은' 계기다.

그런데 이런 민원의 95%, 심지어 98%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이상한 민원'에 휘둘린 국가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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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사진은 수원시청내 통합민원실에서 민원인이 공무원과 대화하고 있다. 경기일보DB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33일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현재 복구율은 85.3%다. 709개 피해 시스템 가운데 605개가 복구됐다. 판단 시점은 30일 오전 9시 현재다. 부처별로 보면 완전 복구된 곳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9일 완전 복구됐다. 하지만 복구해야 할 곳은 여전히 많다. 중요도가 높은 1등급 시스템의 복구율이 95%(40개 중 38개), 2등급 시스템 복구율은 86.8%(68개 중 59개)다.

이런 가운데 뜻하지 않게 민낯을 드러낸 문제가 있다. 화재로 국민신문고 통합 민원 서비스도 중단됐다. 정부가 운영하는 앱을 활용해 민원을 제기해오던 창구다. 부득이 일선 시군에서 과거 방식의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와 가장 큰 차이는 대면성이다.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해야 한다. 이런 임시 창구 운영이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여기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현상이 드러났다. 억지·반복으로 추정되는 민원이다.

본보 취재진이 무작위로 시·군 현황을 살펴봤다. 수원특례시가 하루 28건 정도의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화재 이전 국민신문고 운용 때는 하루 1천건이었다. 무려 97.2%나 줄었다. 부천시도 하루 평균 9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국민신문고 때는 하루 평균 595건이었다. 98.67% 급감이다. 광역지자체 경기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하루 40건의 민원이 접수돼, 화재 전 620건과 비교할 수 없이 줄었다. 행정 기관만의 현상이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추세도 비슷하다. 하루 20건 정도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국민신문고 운용 당시에는 하루 34건이었다. 경찰 민원은 행정 민원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구체적이고 책임성이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방문, 우편으로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무분별한 민원 제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남부청 관계자의 귀띔이다. 우리 민원 행정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뜻하지 않은’ 계기다.

민원 처리는 행정 평가의 최일선 업무다. 모든 민원에는 접수 번호가 부여된다.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업무가 된다. 자료 제공, 응대 회신, 현장 확인, 조사 시행 등의 복잡한 작업을 수반한다. 전담 부서도 크고 공직자들 많다. 그런데 이런 민원의 95%, 심지어 98%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가치 없는 민원’이라고 전부 매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불요불급하거나 과장됐거나 억지스러운 민원이었을 개연성을 갖게 하는 건 맞다.

이런 ‘이상한 민원’에 휘둘린 국가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극명한 실상이 국정자원 화재라는 사태 속에서 불거졌다. 이참에 공론의 장에 의제로 올리고 토론하길 제안한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선별과 공무집행방해죄 검토 등의 제언을 하는 전문가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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