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4000억달러 美국채 넣으면 매년 이자 4%로 160억달러 충당

김지섭 기자 2025. 10. 3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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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관세 협상]
투자금 200억달러 마련 방안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대미 투자 특별 법안을 신속히 준비해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특별법은) 최대한 빨리하는데 11월에 제출하면 11월 1일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미 현금 투자 규모가 조선 분야 1500억달러는 별도로 하고, 연간 최대 200억달러(약 28조5000억원)씩 2000억달러(약 285조원)로 정해진 가운데 후속 조치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연간 최대 2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초 요구한 ‘3500억달러 선불’보다는 완화된 조건이다. 하지만 200억달러도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인 4220억달러의 4.7%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적어도 10년간 이 정도의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0억달러 어떻게 합의했나

지난 8월 정부는 대미 투자 중 최대 현금 규모는 조선업 협력을 뺀 ‘첨단 산업 대미 펀드’ 2000억달러의 5%인 100억달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수차례 “한국이 3500억달러를 현찰, 선불로 지급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한국은 3500억달러를 전액 선불로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미국은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 사례를 들며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은 원화로 조달해 달러로 바꾸면 외환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원화를 바로 달러와 맞바꿀 수 있는 통화 스와프를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분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납 규모를 두고 미국은 연간 250억달러 정도를 요구했고, 한국은 150억달러 안팎이 최대치라며 맞섰다. 결국 한미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간 지점인 200억달러로 최종 합의했다.

◇외환 보유액 등 수익으로 조달

하지만 연간 200억달러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직접투자(FDI) 금액인 224억달러에 맞먹는다.

정부는 우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외환시장이 아닌 외환 보유액 등 외화 자산의 운용 수익과 정부 보증채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 중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약 3784억달러)과 예치금 및 현금성 자산(약 250억달러)은 4034억달러다. 이 돈을 10년 만기 미 국채에만 넣어놔도 금리가 연 4% 정도는 되기 때문에 연간 160억달러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외환 보유액을 위탁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지난 5년(2020~2024년) 평균 운용 수익률이 5.7%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을 다소 높이면 외환 보유액을 헐지 않고도 운용 수익만으로 연간 200억달러는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다만 구 부총리는 이날 국감에서 “기본적으로 지금 외환 보유액 운용 수익이 한 (연간) 150억달러 내외”라며 “만약 부족하다면, 국책 기관에서, 또 해외에서 조달하는 부분도 할 것”이라고 했다. 외환 보유액 운용 수익이 부족하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정부 보증채 등을 발행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년 200억달러를 수익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위기 때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 보유액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워지는 데다 지속적인 대미 외화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억달러가 정말 걱정할 만한 수준일지는 결국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시장에선 이번 합의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2원 내린 달러당 1426.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일단 외환시장은 정부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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