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 끗 차이의 새로운 맛

지난 21일 일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한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즐겨 본다”고 답했다.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꺼낸 말이 ‘한국 김’이었다. 한국 사람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무난하게 답하기 좋은 한국 음식인가 보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김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훨씬 더 사랑받는 음식이다.
한일 양국에서는 자국 음식과 비슷하지만 한 끗 차이가 느껴지는 음식이 인기가 많다. 간장맛에 익숙한 일본인은 잡채나 간장게장을 사랑하고,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돈코쓰(돼지 뼈 육수) 라멘이나 모쓰나베(곱창전골)를 좋아한다. 김도 역시 한·일 간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음식이다. 일본 김은 두께가 있고, 김 자체의 맛과 향을 중시한다. 반면 한국 김은 참기름과 소금으로 풍미를 더한 간편식에 가깝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겐 한국 김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 장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 이도 많다. 이제 한국 김은 유행을 넘어 일본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간식이 됐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오마카세 스시집을 찾았다가 일본 조미김으로 만든 데마키즈시(손말이 초밥)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달콤하고 감칠맛이 나는 조미김을 ‘아지쓰케노리’라고 부르며, 주로 아침 식사나 간식용으로 먹는다. 값이 저렴해 ‘서민적인 김’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스시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재료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조미김이 인기를 끌면서 스시집에서도 쓰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 김과는 다른 ‘한 끗 차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김 하나만 봐도 이렇게 맛과 쓰임새가 다르다. 음식은 흔한 것일수록 다양하게 변주되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차이가 흥미롭다. 한일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이런 미묘한 차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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