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이재용·정의선, 삼성동 깐부치킨서 ‘러브샷’ 치맥회동

임재섭 2025. 10. 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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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30일 AI 반도체의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1시간 23분간 치맥회동을 통해 ‘깐부’를 맺었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황 CEO는 두 총수와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자율주행·미래차 등 ‘인공지능(AI) 협력’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 이 회장, 정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만났다. 황 CEO는 예정 시각보다 10분 빠른 20분에 일찍 도착했다. 황CEO는 검정색 가죽자켓을 비롯해 검은 계열의 옷을 입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치킨집까지 곧바로 걸을 수 있었으나, 여유있는 모습으로 그를 보려는 시민들과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자유롭게 움직였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정 회장이 곧바로 도착했다. 두 사람은 악수하고 얼굴을 가까이 맞댄 뒤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인파 속을 걷기도 했다.

이 회장은 10여 분 늦게 나타났다. 그는 정 회장과 비슷한 흰색 계열 티셔츠를 입은 이 회장이 나타나자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황 CEO는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만찬 장소인 ‘깐부치킨’은 엔비디아 측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의 의중이 반영된 장소인 셈이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우린 깐부잖아”라는 명대사가 히트를 치며 깐부치킨이 주목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깐부’는 어린 시절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어 같은 편을 했던 친구, 즉 친한 단짝 친구를 뜻한다.

이에 ‘깐부’ 뜻을 아는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황 CEO는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면서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식당 안에서 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에 대해 기대할 만한 뉴스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이번 주에 공유할 좋은 뉴스가 많다”고 답했다.

황 회장 일행은 미리 준비된 길거리 쪽 가게 통유리 좌석에 자리를 잡았고, 황 CEO는 딸 매디슨 황이 준비한 일본 술 하쿠슈 2병에 직접 사인을 한 뒤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전달했다. 또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도 1개씩 선물했다.

테이블에 나온 메뉴는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과 뼈 치킨 한 마리씩이었다. 이른바 ‘테슬라’로 불리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도 반주로 나왔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 회장이 ‘소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가 쏟아지자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자리를 파하기 전에는 세 명이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황 CEO는 재계에서 격식 없는 소통을 즐기는 ‘현장형 CEO’로 통한다. 두 총수와 치킨-맥주를 즐기는 가벼운 만찬으로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남기는 한편,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단기간에 삼성전자-현대차와 단기간에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CEO는 최근 중국 시장을 공략할 때에는 중국옷을 입고 중국어로 “중국과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만찬 장소가 사전에 알려지면서 이날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낮부터 취재진이 진을 치고, 세명의 기업 총수를 구경하려는 시민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4시부터 사람들로 통행이 점차느려지기 시작해, 급기야 오후 7시경에는 경찰이 출동해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을 설치한 뒤 인파를 통제하고 인근에 구급 차량까지 배치했다.

세 사람은 치맥 회동을 마친 뒤엔 모두 코엑스로 나란히 이동해 엔비디아가 개최하는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황 CEO는 다시 인파속으로 들어가 사인을 하고, 셀카를 찍으며 ‘팬서비스’를 확실히 했다.

황 CEO는 오는 31일에는 경주로 이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세션에 연사로 나선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같은 날 경주로 복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황 CEO가 특별세션을 하기 전 별도 ‘2차 회동’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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