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형형색색 한복 패션쇼···APEC 경주 월정교 런웨이

최류빈 2025. 10. 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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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PEC 정상회의 기념 야간 수상패션쇼 ‘한복, 내일을 날다’ 29일 경주 월성루서
CEO 서밋 참여했던 글로벌 경제인들, 김혜경 여사 참관…APEC 기념 한복 선봬
지난 29일 저녁 경주 보문호 위에 설치된 월정교 야외 특설무대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기념 한복패션쇼 '한복, 내일을 날다'가 열렸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야외 무대에 몰려드는 관객들 모습. 이번 패션쇼를 위해 특별 제작된 'ㅎ'형태의 수중 특설무대는 경주의 오한(韓·한복, 한글, 한지 등) 중에서 '한복'의 말머리를 본따 형상화한 것이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저녁, 경주 보문호를 가로지르는 월정교 야외 특설무대에서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한글 자음 'ㅎ' 모양으로 구성된 원형 런웨이를 걷는 모델과 관객의 공통점은 모두 '한복 차림'이라는 점. 신라의 달빛 아래 기품을 머금은 우리 전통 의복은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경주시·한국한복진흥원 등은 이날 '한복, 내일을 날다'라는 주제로 월정교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

'2025년 APEC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특별 제작된 'APEC 한복'부터 '과거 복식', AI기술을 가미한 'AI첨단 한복'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2막에서 두루마기와 도포 등을 입은 남성 모델들이 단체로 워킹하는 모습.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만들어진 이번 한복들은 각각 조화와 화합, 현대성 등 요소에 착안해 제작됐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1막 '한복, 천년 금빛으로 깨어나다'는 천년 전 한국의 복식을 만나는 자리였다. 소매나 깃의 끝단에 포인트를 준 한복들이 눈에 들어온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본 공연에 앞서 행사장에 자리한 김혜경 여사가 인사를 건내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분홍빛 한복 차림의 김 여사를 비롯해 다이애나 폭스 캐나다총리 배우자,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도 함께했다.

패션쇼의 막은 경주시립신라고취대의 전통 축연으로 올랐다. 이들 연주단은 객석을 가로질러 등장하면서 출연진과 관중의 경계를 허물었다.

고취대는 1천350년 전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큰 행사에서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연주하던 집단이다. 단원들은 과거 모습을 재현하듯 동발(타악기)을 치고 웅장한 관악기 선율로 객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연을 시작하기 앞서 한복 차림의 김혜경 대통령 영부인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패션쇼가 시작하기 전 공연팀 경주시립 신라고취대가 고취 행렬 및 집단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이들은 신라음악의 고증과 재현을 바탕으로 이날 폭넓은 레퍼토리와 풍부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이어 모델들이 런웨이로 걸어 나오자 객석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관중을 압도하는 동서양 모델들은 한복의 '우아함'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남녀노소가 총 동원된 동양인 모델들도 고아한 동양미로 한복을 소화해 냈다.

VIP석에 앉은 글로벌 재계 인사들은 한복의 고혹적인 자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들은 APEC CEO 서밋에 참여한 유력 경제인들이다. 일부 인사들은 쇼를 보며 "Gorgeous and Fabulous(화려하고 엄청난)"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규격화된 서양식 의복과는 또다른 동양적 멋이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천년 고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의복들은 잠시나마 추위도 잊게 만들었다.
3막에서 한글을 수놓은 한복을 입은 모델이 강렬한 눈빛으로 객석을 사로잡고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단정함 속에 역동성이 살아 있는 '천년 전 의복'들은 경주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충분했다. 도포를 입은 남성 모델들은 뒷자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객석 가까이 다가왔고, 옷감에 무궁화와 경주 시화인 개나리 꽃다발을 수놓은 여성 모델들도 한복의 풍미를 발했다.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의복들이 무대에 오르는 2막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눈은 더 커졌다. 강렬한 색채대비가 인상적인 한복들부터 월정루 무대의 조명을 수놓은 듯 화사한 금박 한복도 뇌리에 각인됐다.
사이버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모습. 3막은 이처럼 현대적이고 전위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채워졌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무대처럼 객석도 온통 '한복 물결'이었다. 이날 500여 명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이 드레스 코드인 한복을 착용하고 왔다. 일대에는 경북한복협회와 한국한복진흥원 홍보 부스까지 마련돼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복에 조바위(근세 방한모)까지 착용한 관객은 자녀에게 "평소 입고 보던것과 다른 한복이 많아 신기하지" 물으며 웃어 보였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APEC이 상징하는 상생 정신을 여실히 반영한 한복들은 3막에 대거 포진했다.
단아한 모습의 여성 모델들 단체 워킹.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대미를 장식한 모델들은 서양식 롱부츠를 한복에 믹스매치하거나 LED 발광안경을 착용하고 런웨이를 누볐다.

얼핏 '전통'의 표상인 한복과 대조적으로 보이는 현대적 오브제로 몸을 치장했지만, 오히려 다이내믹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동서양의 요소가 합을 이룬 것처럼, APEC 기간 동안 여러 정상들이 합의를 도출하길 바라는 은유로 읽힌다.

패션쇼에 참여한 이진희 디자이너는 "동서양의 복식 언어와 미래의 기술을 융합의 서사를 통해 한복에 쓰이는 오방색의 정신을 확장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무대가 APEC의 포용과 지속가능성을 시각화하는 장이었길 바라며, 한복의 '깃'에서 화합의 미래가 꽃피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주=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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