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형형색색 한복 패션쇼···APEC 경주 월정교 런웨이
CEO 서밋 참여했던 글로벌 경제인들, 김혜경 여사 참관…APEC 기념 한복 선봬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저녁, 경주 보문호를 가로지르는 월정교 야외 특설무대에서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한글 자음 'ㅎ' 모양으로 구성된 원형 런웨이를 걷는 모델과 관객의 공통점은 모두 '한복 차림'이라는 점. 신라의 달빛 아래 기품을 머금은 우리 전통 의복은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경주시·한국한복진흥원 등은 이날 '한복, 내일을 날다'라는 주제로 월정교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


본 공연에 앞서 행사장에 자리한 김혜경 여사가 인사를 건내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분홍빛 한복 차림의 김 여사를 비롯해 다이애나 폭스 캐나다총리 배우자,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도 함께했다.
패션쇼의 막은 경주시립신라고취대의 전통 축연으로 올랐다. 이들 연주단은 객석을 가로질러 등장하면서 출연진과 관중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어 모델들이 런웨이로 걸어 나오자 객석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관중을 압도하는 동서양 모델들은 한복의 '우아함'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남녀노소가 총 동원된 동양인 모델들도 고아한 동양미로 한복을 소화해 냈다.

단정함 속에 역동성이 살아 있는 '천년 전 의복'들은 경주의 멋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충분했다. 도포를 입은 남성 모델들은 뒷자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객석 가까이 다가왔고, 옷감에 무궁화와 경주 시화인 개나리 꽃다발을 수놓은 여성 모델들도 한복의 풍미를 발했다.

무대처럼 객석도 온통 '한복 물결'이었다. 이날 500여 명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이 드레스 코드인 한복을 착용하고 왔다. 일대에는 경북한복협회와 한국한복진흥원 홍보 부스까지 마련돼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복에 조바위(근세 방한모)까지 착용한 관객은 자녀에게 "평소 입고 보던것과 다른 한복이 많아 신기하지" 물으며 웃어 보였다.

대미를 장식한 모델들은 서양식 롱부츠를 한복에 믹스매치하거나 LED 발광안경을 착용하고 런웨이를 누볐다.
얼핏 '전통'의 표상인 한복과 대조적으로 보이는 현대적 오브제로 몸을 치장했지만, 오히려 다이내믹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동서양의 요소가 합을 이룬 것처럼, APEC 기간 동안 여러 정상들이 합의를 도출하길 바라는 은유로 읽힌다.
패션쇼에 참여한 이진희 디자이너는 "동서양의 복식 언어와 미래의 기술을 융합의 서사를 통해 한복에 쓰이는 오방색의 정신을 확장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무대가 APEC의 포용과 지속가능성을 시각화하는 장이었길 바라며, 한복의 '깃'에서 화합의 미래가 꽃피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주=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