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에… ‘마스가’ 핵으로 부상한 핵잠수함

임재섭 2025. 10. 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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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건조기업으로 한화오션을 낙점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의 핵으로 부상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한화오션이, 우리나라가 언제쯤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될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소형원자로와 농축우라늄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예산 확보와 발주, 그리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행정적 절차만 원활하게 진행되면 예상보다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한국시간) 트루스소셜에 “한·미 군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동성 떨어지는 구식 디젤 잠수함 대신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한국은 핵 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은 잠수함 공기 불요 추진 기능을 탑재한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건조에 있어서는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디젤-전기 대신 초소형 원전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 도입되면 재래식 잠수함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고, 수개월 간 잠행 작전도 가능해진다. 해군이 비대칭전력을 확보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미국에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핵연료 공급 등을 요청한 적도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특수선업체들은 100MW급 일체형 소형원자로의 개발에 나섰고, 이런 상황에서 농축우라눔 확보는 핵추진 잠수함 운용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안보 측면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 추진 잠수함은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상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북한은 2025년 3월 전략핵잠수함(SSBN) 선체 건조 장면을 공개하는 등 핵잠수함 개발에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SSBN에 탑재되는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제공해 준다면 북한의 SSBN 보유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어, 한국이 북한의 핵잠수함 위협을 견제하고, 일본이 중국의 핵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장비와 연료 탑재를 위한 설계만 갖춰질 경우 이른 시일 내 개발·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은 “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일체형 소형 원자로 ‘SMART’를 핵추진 잠수함에 적용할 수 있고,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의 동의 하에 개발한다면 적어도 5년 이후엔 우리 손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초빙전문위원 역시 “소형원자로의 실증 없이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형원자로에 대한) 실증을 최대한 빨리 수행한다면 신속하게 핵추진 잠수함을 우리 기술로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오션을 건조업체로 낙점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먼저 한화오션은 현지 건조를 가장 우선시하는 미국에 유일하게 자체 조선소를 보유한 국내 업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후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끈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 관련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이 지난 14일 한화필리조선소를 비롯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 목록에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화오션을 콕 집어 언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나뉘는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업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잠수함 건조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국내 최다인 23척의 잠수함 수주실적을 갖고 있다. 이 중 17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최근에는 3600톤급의 ‘장영실함’을 진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잠수함 분야에서 장보고-Ⅰ·Ⅱ·Ⅲ 모델을 모두 건조했고,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출 경험(인도네시아 3척)도 있다.

반면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106척이라는 최다 함정 건조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잠수함은 총 7척 건조했는데 아직 수출 기록은 없다.

기술과 실적 면에서 한화오션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드는 데 사실상 문제가 없지만, 변수는 있다. 일단 미국 의회의 승인과 법 개정 등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 지가 최대 변수다.

이밖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는 현재 한화그룹이 7조원을 투자해 시설 확충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잠수함 건조 능력까지 확보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잠수함을 운용할 한국 해군의 예산 확보 및 실제 발주 시점 등도 변수다.

한화오션 측 관계자는 “저희는 건조하는 잠수함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서 “규제가 완화하면 제품이 하나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상황이지만,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면 설비가 갖춰지는 데 시간은 불가피하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 제공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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