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파는 특급호텔, 비비고 경쟁자 됐다? [인포로 본 세상]

김하나 기자 2025. 10. 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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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인포그래픽
특급호텔 김치 사업에 도전장
워커힐·조선 양강 체제에서
다른 호텔 참여로 경쟁 과열
특급호텔, 김치사업하는 이유
국내 특급호텔들이 '김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사진|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제공]

언젠가부터 맛김치와 깍두기, 열무김치 등 계절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김치 매출은 매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해외시장도 공략 중이다. 식품업계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국내 호텔의 얘기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김치'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김치를 무기로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사실 호텔업계가 '김치 사업'을 시작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는 1997년 '수펙스 김치'를 출시하며 5성급 호텔 중 가장 먼저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엔 세컨드 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를 선보이며 제품 라인을 확장했다(표①).

워커힐의 뒤를 이은 건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다. 조선호텔은 2004년 김치시장에 진출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 뷔페에서 제공하던 김치가 입소문을 타면서, 별도의 제품 브랜드로 발전했다.

2011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포장 김치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20종이 넘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조선호텔의 올해(10월 22일 기준) 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표②).

워커힐과 조선호텔 '양강 체제'였던 호텔 김치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그해 롯데호텔앤리조트(이하 롯데호텔)가 공식적으로 김치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롯데호텔은 제품 라인업을 계절 김치부터 김치찌개까지 확장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만큼 유통망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기존엔 호텔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매장에서도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1~9월) 롯데호텔 김치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고, 월평균 매출도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표③).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판매 성과가 검증되면서 롯데백화점에서도 (김치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8월 출시한 김치찌개나 향후 출시할 김치 파우더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라다이스호텔과 서울드래곤시티는 지난해 10월, 올해 5월 각각 포기김치를 출시하며 김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호텔업계가 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호텔 산업은 경기와 외부 변수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주요 특급호텔의 매출이 40~60%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본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반복 구매가 가능한 김치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시장성도 충분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2021년 5370억원에서 2023년 6560억원으로 22.2% 성장했다(표④). 김장을 직접 하지 않는 '김포족'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고급 김치를 향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측면도 있다.

호텔업계가 김치사업에 줄줄이 뛰어든 이유는 또 있다. 기존 식음료(F&B)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조선호텔의 김치사업은 조선호텔 셰프 출신의 조리장이 이끈다. 롯데호텔의 경우 자사의 대표 한식 레스토랑인 '무궁화' 명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김치를 생산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김치 사업은 호텔이 이미 보유한 F&B 인프라를 기반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브랜드 신뢰도와 역량을 앞세워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른바 '호텔김치'가 얼마만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기존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김치 시장은 대상의 '종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 대형 식품기업들이 오랜 시간 점유율을 쌓아온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이들 업체와 정면 승부를 펼치기에는 호텔업계의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표⑤).

실제로 호텔 3사의 김치 가격은 대형 식품기업 제품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사진은 비비고 김치.[사진|뉴시스]

실제로 호텔 3사의 김치 가격은 대형 식품기업 제품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예컨대, 워커힐 수펙스 배추김치 3㎏은 8만4000원인 반면, CJ제일제당 '비비고' 남도식 포기배추김치 3.3㎏은 3만4686원(공식 홈페이지 할인가 기준)이다. 용량이 비슷한 두 제품 간 가격 차이가 40%나 된다.

전문가들은 후발주자인 호텔이 성공하기 위해선 좀 더 정교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호텔이 김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을 좇기보다는 독특한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며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차별화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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