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간 일곱 번째 금관, 외교의 언어가 되다

경주=이성훈 기자 2025. 10.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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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3A실' 전시실에는 지금까지 출토된 6개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6개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21년 경주 노서리 금관총 발굴로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이다.

경주박물관에 남은 6개의 금관이 과거를 말한다면 백악관으로 건너간 일곱 번째 금관은 한미 동맹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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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외교’에서 ‘조화의 외교’로, 금관이 전한 메시지
왕권의 상징이 동맹의 신뢰로, 황금빛 외교가 되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3A실’ 전시실에는 지금까지 출토된 6개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특별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6개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21년 경주 노서리 금관총 발굴로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이다.

천마총, 금령총, 서봉총에서 발굴된 진품 금관들이 전시된 국립경주박물관에 29일 또 한 점의 금관이 한미 정상 앞에서 빛을 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을 유독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비한 금관 모형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한미 관세협정은 이날 극적으로 타결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30일 이 금관을 에어포스원에 실어 백악관으로 가져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전시관 맨 앞에 두겠다”며 선물에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천500백년 전 신라의 권위와 부를 상징했던 황금 왕관이 이제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상징하는 외교의 언어가 됐다. 대통령실은 “한미가 함께 일궈 나갈 평화 공존의 시대를 상징한다”고 금관을 선물한 배경을 설명했다. 경주박물관에 남은 6개의 금관이 과거를 말한다면 백악관으로 건너간 일곱 번째 금관은 한미 동맹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번에 제작된 금관은 경주 천마총 출토 금관을 본뜬 것으로 문화재 복제 장인 김진배 삼선방 대표가 순금 도금과 옥 장식을 세밀한 작업으로 완성했다. 금관의 화려함 뒤에는 신라인이 추구한 질서와 조화의 철학이 스며 있다. 금관은 왕의 권위를 상징했지만 그 권위는 귀족 합의로 움직이던 화백제도의 정신 위에 있었다.

이번 한미 관세협정 타결 역시 그와 닮았다. 관세 조정이라는 첨예한 이해 속에서도 양국은 충돌 대신 조율과 상호 존중의 합의를 택했다. 화백회의가 국가의 중대한 결정을 ‘만장일치’로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 협상 또한 경쟁의 논리를 넘어 균형과 공존의 외교로 나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을 선물받은 화답으로 인장이 새겨진 야구공과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딜런 크루스(Dylan Crews) 선수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는 야구배트를 선물했다. ‘황금의 왕관’과 ‘야구공· 배트’-. 서로 다른 문화의 상징이 오간 순간이다. 하나는 1천500년 전 신라의 권위를, 다른 하나는 현대 미국의 스포츠정신을 담고 있다. 전혀 다른 두 문화가 교차한 이 장면은 힘의 외교 대신 상징의 외교가 작동하는 시대적 전환을 보여준다.

6개의 진품 금관이 고고학의 영역에 속한다면 일곱 번째 금관은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경주의 금빛 유물 하나가 세계 외교의 무대에서 새 의미를 얻었다.

경주=이성훈 기자 lllk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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