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40년 만들었더니 트럼프에게 선물하는 날도”

김진배 집안, 3대째 금속문화재 공예 이어와

김진배씨(63)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제작할 때의 모습. 김진배씨 제공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적인 대통령에게 제가 만든 금관이 선물 됐다니, 그 장면을 보기만 해도 뿌듯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이 화제인 가운데, 이를 만든 금속공예 장인 김진배(63)씨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북 경주 하동민속공예촌에서 공방 ‘삼선방’을 운영하며 40년째 금속 문화재를 재현해 온 김씨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선물 제작에 아들과 함께 20일을 내리 매진했다.

김씨는 “10월 초순에 (외교부로부터) 제작 의뢰 연락을 받고 20일 정도 아들하고 하루 10시간씩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관련 귀빈 선물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전쯤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드릴 선물인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금관 앞에 붙일 명패의 영어 문구를 그때 받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다’는 내용이어서 알았다”라며 “위에 그 내용이 들어가고 중간에 천마총 금관 설명 한 줄, 밑엔 양국 국기와 함께 날짜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트럼프 대통령 선물인 걸 알고 “기분이 좋았다”며 “개인적으로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금관 모형은 “적동(구리에 소량의 금을 섞은 합금)에 순금을 도금해 만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머리둘레를 감안해 만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평소 유물 크기 그대로 1대1로 만드는데, 이번에도 그대로 똑같이 만들었다”고 답했다.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천마총 금관은 높이 32.5㎝, 지름 20㎝ 크기다. 천마총 금관은 국보 188호로 지정돼 있으며, 실물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씨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 모형을 보고 만족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보기만 해도 뿌듯했다”, “흐뭇했다”고 말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아름답다. 정말 특별하다”며 수행원에게 “백악관 박물관 제일 앞줄에 전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배씨와 아들 김준연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제작할 때의 모습. 김진배씨 제공

금속공예 명장인 부친 고 김인태씨로부터 기술을 배운 김씨는 “지난 40년 동안 만든 금관이 100개는 넘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천마총 금관’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의 아들 김준연(33)씨 역시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금속공예의 길을 걷고 있다. 3대가 경주 공방을 내리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아들은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했는데 방학 때 집에 내려와 있으면 저와 같이 (공예 일을) 하고 그랬다”며 “이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들도 함께 한지) 한 5년쯤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여태까지 그냥 금관을 만드는 입장에서 (금관에 대한) 큰 변화나 관심을 몰랐는데, 이번에는 관심이 이때까지 중에 제일 많은 것 같다”며 “참 좋고, 이 일을 제가 오래 했으니까 또 이런 영광도 오는가 싶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