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니다] 베트남 출신 황티티 씨 “김해 온 지 9년째인데 편해서 고향 같아요”
대학 공부·취업·육아·봉사 활동까지 활발
이민자 생활터전 동상동, 외로움 잊히는 공간
육아 정보 나누는 친구들·네 가족 함께해 행복
한국 영주권 취득 위해 거주 비자 따는 게 목표

김해시 동상동 종로길과 글로벌 푸드타운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민자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김해지역에 둥지를 틀고 각 나라 문화와 음식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 보기만 하다가 글로벌 푸드타운에 들어가면 다채로운 언어로 쓰인 간판과 거리를 누비는 외국인들 모습에 마치 외국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낯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각양각색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쉽게 접하게 됩니다.
이 동네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황티티(36) 씨는 "김해에 사는 게 너무 편하고 행복해서 고향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그는 김해의 어떤 면에 반해 김해가 좋다고 할까요.
2016년 김해 이주…"김해에 좋은 사람 많아"
황 씨는 글로벌 푸드타운 내에 있는 KT 대리점에 근무한다. 지난 22일 그를 만나러 갔을 때는 대리점 직원들이 각국 언어로 전화 상담을 하느라 분주했다. 그의 자리에는 베트남 국기가 꽂혀 있다. 베트남인들이 휴대폰 구입 상담을 하러 오면 황 씨가 전담하는 듯했다.
그는 2016년 베트남에서 머나먼 타국인 김해로 왔다. 2011년 E-9 비자로 먼저 김해에 정착한 남편(37)을 따라서다. 남편은 지금 E-7 비자로 김해 주촌 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E-9은 대한민국에서 단순 노무직으로 일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이며, E-7은 특정 전문 직종에 종사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취업 비자다.
황 씨는 2015년 베트남 현지에서 남편과 결혼하고서 이듬해 김해시 동상동에서 신혼 살림을 차렸다. 2017년생, 2019년생 딸 두 명도 김해에서 낳아서 네 식구가 한국에서 다함께 살고 있다.
그는 베트남에서 무역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2016년 김해에 오자마자 인제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하면서 한국어시험도 쳐서 한국어 발음도 유창했다. 5년 전부터 외국인 방범대 봉사활동도 하고, SNS(페이스북)에 베트남인들을 위한 김해 정보 공유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현재 그가 근무하는 KT 대리점은 6년 전 인제대에서 공부할 때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한 곳이다. 인제대 졸업 후인 2021년 정규직으로 취업해 4년째 일하고 있다. 낯선 타국에 사는 그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가족과 이웃이다.
"한국에 와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김해에 착한 사람이 많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재밌고 각 나라 요리사가 직접 만든 다양한 음식도 언제나 먹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여러 나라 언어와 문화도 많이 접할 수 있고요."

병원 진료·자녀 교육 때 소통 잘 안돼 힘들어
황 씨는 김해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병원 갈 때와 학교 다니는 아이들 공부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김해에 와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으나 언어 소통이 안 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대처가 안돼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 일곱 살 두 딸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배우는 교육 내용이 베트남과 많이 달라서 가정에서 지도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에게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공부하도록 교육한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베트남 부모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육아를 부탁했고, 요즘은 아이들을 여름·겨울 방학에 베트남 부모 집으로 보내서 함께 지내게 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서 그의 부모가 김해로 와서 한 달간 관광을 하고 갔다.
그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한 다문화 가정이 아니고 외국인끼리 결혼한 외국인 가정이라서 다문화 가정이 지원받는만큼 지원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친구들과 가족 함께 지낼 수 있어 최고 행복"
글로벌 푸드타운의 조그만 광장에서는 조그만 행사들이 펼쳐진다. 국가별로 자잘한 행사도 하고, 김해시가 마련하는 소소한 행사들과 지난 17일 열린 다어울림축제같은 큰 행사들도 종종 열린다.
황 씨는 휴일인 일요일에 이러한 행사들에 모두 참가한다. 외국인 관련 행사 뿐만 아니라 김해시에서 열리는 국가유산 야행, 대성동고분군 음악회, 다양한 공연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시나브로 한국인이 돼가고 있다.
육아를 하는 베트남 친구들은 그가 연락하면 언제든 달려오고 고민을 털어놓는 베스트 프렌드다. 친구들과는 주로 외국인 지원 내용, 지원 신청 방법, 자녀 교육 정보 등을 공유한다. 황 씨는 그 친구들이 없다면 외로웠을 텐데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주는 친구들 덕에 서로 의지하며 김해에서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집 근처 동상시장은 그가 반찬거리를 주로 사는 곳이다. 시장 골목 곳곳마다 이색적인 향신료나 식자재도 팔고 베트남 야채도 살 수 있어서 베트남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황 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남편과 두 딸이 곁에 있고 맞벌이를 하니까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돼서다. 11월 7일에는 김해시가 주최해 다어울림센터에서 열리는 동상동 토크쇼인 '내·외국인 상호 문화 톡talk-우리 김해에서 너나들이 할까요?'에도 참여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고향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다고들 하지만 김해 동상동에 사니까 베트남같이 편하고 베트남 사람도 많아서 덜 외로워요. 음식점과 다양한 문화, 전통시장도 모두 좋아요. 외국인 가정 지원도 더 신경써주세요."
/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