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뉴욕? 서울?…여기는 자카르타!

2025. 10. 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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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트투어
국립미술관, 우지 하한·좀펫 쿠스위다난토 전시회
뮤지엄 마칸, 백남준·이불·이우환 작품 만날 수 있어
로·가자·루바나 등 빅5갤러리까지 '스폿' 곳곳에
내년엔 비엔날레 열려…미술계 亞 다크호스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뮤지엄마칸에 전시된 태국 작가 피나리 산피탁의 ‘가슴 사리탑 정원수(Breast Stupa Topiary)’(2013). ©뮤지엄마칸

인도네시아 최고 여행지는 더 이상 발리가 아니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자카르타로 떠나보자. 자카르타 국제공항에 내리면 미술가 에코 누그로흐의 초대형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에코 누그로흐는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여러 번 전시한 인도네시아 스타 작가. 인구 세계 4위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그만큼 작가와 작품이 다채롭고 미술관과 갤러리도 많다. 수도 자카르타는 생활 속에서 항상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는 곳이다. 조금 색다른 아트 투어를 소개한다.

 대형 미술관에서 시작하는 아트투어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전경 ©이소영


가장 먼저 갈 곳은 얼마 전 리노베이션을 끝낸 국립인도네시아미술관이다. 외관은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지만 내부는 완벽하게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100년 전에는 교육기관이던 건물이다.

현재 두 개의 전시를 열고 있는데 상설전은 인도네시아 근대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의 100여 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근대 미술 초기에는 한없이 정적이고 진중하다가 현대 들어 갑자기 놀랄 만큼 크고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한국 미술 애호가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작가 좀펫 쿠스위다난토, 우지 하한, 컬렉티브 트로마라마 등의 작품이 특히 반갑다. 트로마라마는 지난 4월 서울 송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기획 전시인 ‘NYALA: 200 Tahun Perang Diponegoro’는 오랜 식민 통치와 전쟁이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전시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져 공감대가 크다.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내부 ©이소영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미술관은 뮤지엄마칸이다. 미디어기업이 운영하는데 올해는 두 개의 전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반둥으로 이주한 일본계 미술가 케이 이마주의 인도네시아 첫 개인전 ‘The Sea is Barely Wrinkled’와 소장품 전시 ‘Pointing to The Synchronous Windows’가 그것. 케이 이마주의 아름다운 설치 작품은 네덜란드 통치 시대까지 중요한 해상 무역 허브이던 북자카르타 지역에 대한 케이 이마주의 장기적 연구에서 시작됐다. 전시 제목은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팔로마>(1983년)에서 따왔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연속성과 깊이를 상징한다. 표면적으로는 고요하지만 아래로는 보이지 않는 해류가 몰아치는 바다의 힘을 보여준다. 소장품전에서는 인도네시아 작가뿐 아니라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도 발견할 수 있다. 백남준 이불 이우환 등 한국 작가 작품도 여러 점 있어 흥미롭다.

 로와 아라, 빅2 갤러리

백남준의 ‘거대한 어깨(Big Shoulder)’(1998). ©뮤지엄마칸

미술관 전시를 봤다면 이제 갤러리로 가보자. 자카르타 빅5 갤러리는 로, 가자갤러리, ISA아트갤러리, 아라컨템포러리, 루바나언더그라운드허브가 있다. 로갤러리는 자카르타 대표 갤러리답게 수려한 갤러리 공간에 항상 혁신적 전시를 열어 인도네시아 미술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스텔라 종의 개인전 ‘Free-Range Suns’는 5m 대형 조각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섬세하게 손으로 만든 작품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우주를 유영하는 미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텔라 종은 자신이 자란 자카르타, 선전과 같은 거대 도시에서 떠올린 인간, 사물, 환경의 상호 교환 가능한 상상력에서 영감을 받는다.

구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미러룸-빛나는 영혼’(2014). ©뮤지엄마칸

로갤러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로갤러리가 새로 만든 비-사이드갤러리가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하천의 낡은 상가에 자리잡은 갤러리인데, 이 거리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음반 가게, 플라워숍, 카페 등 흥미로운 작은 상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비-사이드에서는 한국 컬렉티브 이끼바위쿠르르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카셀도큐멘타15, 부산비엔날레에도 출품됐던 제주 해녀 소재 작품이다.

아라컨템포러리로 가보자. 창립자 세 명의 이름(Arlin, Ramadanti, Chandra)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급 주택지구에 위치해 인근에 카페, 빈티지숍 등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알리사 춘추의 전시 ‘상처’는 유리 조각과 연필 드로잉 회화의 섬세함이 매혹적이다. 이 연작들은 작가가 작품에 보낸 시간을 기록한 일종의 명상 그림이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이 연작은 슬픔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 작가의 탐구에서 비롯됐다고. 아래 전시장에서는 마 크리스토프의 개인전 ‘Interloper’를 만날 수 있다. 가족 앨범 속 사진과 추억을 담은 물건을 작품으로 옮기면서 분열된 시간성에 대한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두 전시 모두 11월 2일까지.

 14개 갤러리 모인 ‘아트 허브’…비엔날레도 주목

제프 쿤스의 ‘리본을 단 바로크 에그’. ©뮤지엄마칸

가자갤러리는 자카르타, 욕야카르타, 싱가포르 등 세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자카르타 전시장에서는 로지 물야디의 개인전 ‘세기 이후의 인간’이 열렸다. 알루미늄 패널에 그린 화려한 낭만주의 유화 그림은 예술의 힘은 해결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재구성하는 능력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자카르타에 갤러리 빌딩이 두 채나 있다는 것을 아는지. 가을마다 열리는 아트페어 ‘아트 자카르타’의 성공 이후 자카르타 아트 허브 위스마 GEHA빌딩에 갤러리 9개가 입점해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는 바로 그 앞에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가 생겼다. 5개의 갤러리가 입점했다. 한 지역에서 14개 갤러리 전시를 볼 수 있다. 주로 자카르타 소규모 갤러리나 해외 갤러리들인데,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작품성은 보증한다. 아트 자카르타에도 대부분 출품하는 갤러리들이다.

뮤지엄마칸에서 선보인 일본 작가 케이 이마주의 ‘바다는 잔잔하다(The Sea is Barely Wrinkled)’. ©Liandro Siringoringo

자카르타 아트 허브 빌딩 지하의 루바나갤러리는 이 빌딩 터줏대감. 자카르타에는 한국 갤러리가 두 곳 있다. 이번에 이 빌딩에 문을 연 띠오갤러리와 2022년 개관한 백아트자카르타다. 띠오에서는 이윤희 작가의 ‘La Divina Commedia’가, 백아트에서는 여성 작가 6인의 그룹전 ‘Artifacts of Passage’가 열리고 있다. 내년에는 자카르타비엔날레, 2027년엔 욕야카르타비엔날레도 예고돼 있다. 매력적인 갤러리 지구와 미술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모여 있는 자카르타로 한번쯤 떠나야 할 이유다.

자카르타=이소영 미술칼럼니스트, 마칸미술관·아트 자카르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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