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들 노후는 국장 대신 ‘미장’에 베팅…연금계좌 70%가 해외상품 [투자360]

경예은 2025. 10.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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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산 적립금 국내 유입액의 두 배
장기 수익률 격차·세제 불균형이 만든 ‘미장 편중’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경예은·신주희 기자] 국민들의 노후 자금이 국내 대신 해외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장기 수익률 격차와 세제상 유리한 구조가 맞물리면서 연금 투자의 무게중심이 ‘국장’에서 ‘미장’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30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KB)의 퇴직연금 운용현황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해외자산(주식·채권·대체투자·기타) 비중이 올해 6월 말 기준 평균 67.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자금의 약 3분의 2가 이미 ‘미장(美場)’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71.9%로 정점을 찍었다.

개별 증권사의 퇴직연금 자산 구성도 ‘국내 대 해외’ 비중이 뚜렷하게 엇갈린다. 올해 6월 말 기준 KB증권의 해외자산 비중은 71.9%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미래에셋증권(69.3%), 삼성증권(67%), 한국투자증권(64.8%), NH투자증권(63.2%)이 이었다.

최근 1년간 해외주식·해외채권 적립금 증가세도 가파르다. 최근 1년(2024년 6월~2025년 6월) 사이 5대 증권사의 해외주식·채권 합산 적립금은 전년 대비 30~40%대 증가했다. 이 가운데 KB증권은 46.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기간 국내 주식·채권 합계 증가액(3조9556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8조2575억원이 해외로 유입됐다.

5대 증권사 집합투자증권 중 해외투자 전년 동월 대비 증감 현황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외 쏠림’을 단기 현상이 아닌 장기성과 격차의 결과로 본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0% 가까이 상승했지만 지난 10년 수익률은 96.16%에 그친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227.91% 상승했다. 20년 누적 기준으로는 241.03%(코스피) 대 452.65%(S&P500)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 자산인 연금 계좌의 특성상 수익률이 높은 해외지수를 적립식으로 쌓는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진단했다.

시장 내부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코스피가 고점을 돌파해도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가 이어지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코스콤 ETF체크(CHECK)에 의하면 지난 1개월간 KODEX 인버스와 KODEX 200선물인버스 2X에는 각각 859억, 3155억의 자금이 유입됐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인데 그동안 코스피는 단기 급등에도 장기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제도적 조치보다 중요한 건 국내 주식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은 세제 구조의 비대칭성이다. 국내 주식 ETF는 일반계좌에서도 비과세지만 해외 ETF는 일반계좌에서 매도할 때 15.4%의 세금을 낸다. 반면 연금계좌 내에서 운용하면 과세가 인출 시점으로 이연되고,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시장에서는 “연금계좌 내 해외자산 투자가 절세 효과 측면에서 무조건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당 과세 방식 또한 국내 자산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식은 매매차익이 비과세지만 국내 상장주식의 배당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소득을 분리과세로 전환하기만 해도 배당주 중심의 국내 투자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국내 금융주는 배당성향이 높지만 세제상 불리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 차이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 당국 차원에서 국내외 상품 간 과세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연금자산은 장기 자금으로, 국내 기업의 성장 자금이 되고 그 가치 상승이 다시 연금 수익률로 돌아오는 것이 자본시장 선순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내용이 기재부 등 세제 당국에 건의됐으나 올해 세제 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코스피5000 달성’ 등 정책 목표와 맞물려 향후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일부 증권사에서는 하반기 연금계좌 내 국내 상품 유입이 더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5대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커졌지만, 연금은 호흡이 긴 자금인 만큼 투자자들은 여전히 해외 중심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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