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절도사건' 시민들 판단은 '선고유예'…검찰 그대로 구형

김혜지 2025. 10.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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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 시 실직 위기 놓여 가혹
검찰 시민위 '선고유예 의결' 반영"
A씨 "그간 문제된 적 없어" 선처 호소
1심 벌금 5만 원…2심 선고 11월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른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 간식을 가져간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은 40대 보안업체 직원 항소심에서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선고를 연기한 기간 동안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형이 면소된다.

30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김도형) 심리로 진행된 A(41)씨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 측이 신청한 보안업체 동료 직원과 물류업체 탁송기사 등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된 뒤 곧바로 구형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모든 증거와 법률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은 명백히 인정되고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며 "피고인은 10년 동안 동종 전력과 그 외 형사처벌 전력이 있고, 특히 2019년에는 절도 범행 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선고유예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타인의 물건을 가볍게 생각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수사 과정에서부터 1심, 2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피고인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 물품 가액이 총 1,050원으로 사회 통념상 소액인 점, 유죄 판결로 인해 피고인이 직장을 잃을 수 있는 결과는 다소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최종 의견에 관해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마지막 선처의 의미로 선고를 유예해 달라"고 밝혔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이 30일 전주지법 앞에서 "'초코파이 절도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앞서 전주지검 소속 시민위원 12명은 지난 27일 이 사건의 개요, 증거 관계, 1심 판결 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논의를 거쳐 "선고유예가 적정하다"고 의결했다. 위원들은 각각 선고유예와 항소 기각 의견을 냈으나 출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은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이 한 일은 굉장히 오랜 기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며 "당시 피해자 사무실 폐쇄회로(CC)TV에는 피고인 외에 다른 한 명이 더 찍혔는데, 유독 피고인만 지목해 사건화한 것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형사절차가 이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경미한 사안인데도 고소까지 당한 배경에 대해 "A씨의 노동조합 활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원청사가 노조와 조합원을 위축하기 위해 (사건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소등, 냉난방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층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런 일이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살펴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 완주군 한 물류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50원)와 카스타드(600원) 등 1,050원어치 간식을 가져간 혐의로 물류업체 소장 B씨에게 고소를 당했다. B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보안업체 직원에게 간식을 먹으라고 허가한 적이 없다"며 "A씨가 사무실에 한 번 찾아왔지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사과하지 않아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A씨 측은 "B씨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만나주지 않았고, 연차 쓰고 하루 종일 사무실 앞에서 기다렸다"며 "B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 얼마든지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를 벌금 50만 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경비업법상 보안업체 직원이 절도죄로 처벌받을 경우 실직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고, A씨는 불복해 항소했다. A씨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 2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이날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전주지법 앞에서 A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본부장은 검찰 구형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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