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농담 속 팽팽한 긴장···세계가 주목한 미·중 ‘세기의 담판’

“아주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아주 강경한 협상가죠. 이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하. 우리는 서로를 잘 압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6년 4개월여 만에 마주한 시 주석과 악수하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징하는 듯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시 주석을 맞이했다. 발언 중엔 시 주석을 보고 웃음 짓거나 그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시 주석은 무표정에 가까운 옅은 미소로 일관해 온도 차를 보였다.
정상회담은 오전 11시7분쯤 트럼프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나의 오랜 친구” “매우 기품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 등으로 칭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는데 회담에서 더 많은 합의를 하려 한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화답하듯 덕담했으나 뼈 있는 발언을 되돌려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에 기여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도 “우리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세계를 선도하는 두 경제 대국이 때때로 마찰을 빚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이자 친구여야 한다”며 “세계 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공동으로 큰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모두발언이 ‘우정’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단호하고 냉정한 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무기 실험 재개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회담장엔 한층 긴장감이 돌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1시간여 앞두고 갑자기 핵 실험을 거론한 것은 중국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핵 프로그램을 바꿨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도 했으나 “모두 정말 감사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정상회담은 약 1시간40분 만에 종료됐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무역 담판’이 이뤄진 시간(60분)에 비교하면 이번 회담이 두 배 가까이 길었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밖으로 나와 나란히 서서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귓속말했고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전용기에 올라 한국을 떠났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했다. 그가 한국에 방문한 건 2014년 7월 이후 11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의 영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예우를 상징하는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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