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개막…“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 나아갑시다”

장재선 전임기자 2025. 10. 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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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세계 시 엑스포 2005 조직위원장.

“지금 이 순간에도 이념간의 대립, 종교간의 갈등, 영역간의 전쟁, 핵무기로 대변되는 살상무기들의 위협, 인종간의 불협화, 지구 기후 위기를 비롯한 자연재해, 병마의 침노 등 인간세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 앞에서 시란 과연 어떤 존재 의의가 있을까를 묻습니다.…시의 빛이 이 인간세의 갖가지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묘약이 될 수는 없을까요? 시가 과연 어떠해야 이런 모든 위협들을 씻어내는 정화의 맑은 물이 될 수 있으며 정결한 바람이 될 수 있을까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05’ 개막식에서 허영자 조직위원장이 이런 화두를 던졌다. 29일 오후 5시부터 시작한 개막식에서 허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크나큰 기대와 믿음으로 아름다운 제전의 장막을 연다”라고 선언했다.

서울시 민간국제문화교류 지원 사업으로 한국시인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 우곡국제회의장에서 이날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가 주제다. 세계 13개국 시인과 번역가, 시민 등 3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다.

‘세계 시 엑스포 2005’ 개막식 사회를 맡은 유자효 전 한국시인협회장.
대회장인 김수복 한국시인협회장.

이날 개막식은 유자효 전 한국시인협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방송인 출신의 원로 시인답게 매혹적인 음성으로 여유 있으면서도 능숙하게 현장 상황을 이끌었다.

대회장인 김수복 한국시인협회장은 “지금 우리는 시의 빛으로 서울에 모였다”라며 “시의 빛이 가진 힘으로 세계의 평화가 더욱 인간 가까이로 와서 빛나기를 기원한다”라고했다. 김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불확정성의 미래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성대하게 밝혀 올린 ‘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 시대 변화와 전쟁과, 모든 고통으로부터 평화의 거대한 품으로, 존재의 기쁨으로 승화되기를 함께 노래하자”라고 당부했다. 그는 다음 문장을 간곡한 음성으로 노래하듯이 읊으며 대회사를 마쳤다. ‘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 나아갑시다.’

대회 집행위원장인 신달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대회 집행위원장인 신달자 전 한국시인협회장(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 한국시인협회의 모든 시인들의 열린 가슴으로 대한민국의 거대한 역동적 두 팔을 열며 여러분을 환영한다”라고 했다. 그는 환영사를 통해 “이번 축제에서 전 세계의 문학적 교류가 서로 소통하고 나란히 마주 선다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갈망이기도 하며 한국과 세계 시인들의 강력한 소망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모쪼록 한국의 시를,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만나시길 바라며 이 기회로 한국의 시인도 세계의 시를 더 가깝게 만나기를 기원한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축사를 하는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영상 축사에 이어 등장한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은 특유의 활력이 넘치는 음성으로 축사를 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 개관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오늘 이 뜻깊은 축제도 국립한국문학관의 중요한 기록으로 오래 남겨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각국에 초대를 받았으나, 전쟁과 감염병 탓에 방문하지 못했던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문 관장은 시 낭송의 리듬으로 다음 문장을 읽으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오늘 장미의 신발을 신고 온 아름다운 시인이여./비둘기의 신발을 신고 온 그리운 시인이여./전쟁이 아니라 사랑 속에, 무서운 전염병이 아니라 건강 속에/서울 축제를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축시를 낭송하는 이근배 시인.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공연에서 정태준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다리를 잇는 공연’은 경이로운 화음으로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개막식은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의 축시 낭송이 끝난 후 2부 행사 ‘동서양의 반가운 만남’으로 이어졌다. 시낭송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연극인 박정자 배우가 후배 연극인으로 역시 문학 애호가인 박지일 배우와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다. 두 사람은 시에 관한 명언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각기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윤동주 ‘별 헤는 밤’을 낭송함으로써 좌중에 큰 울림을 전했다.

축하공연은 ‘동서양을 잇는 다리’라는 주제에 걸맞게 동·서양 음악이 함께 어우러졌다.

태평소(손정민)와 장구(서수복)가 함께 한 ‘호적풍류’로 마당을 연 후 정태준 성악가는 황지희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토스티 곡 ‘새벽은 빛으로부터’를 불렀다. 이어서 비올라(김남중), 해금(노은아), 장구(서수복)가 경이로운 화음을 만들어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들려줬다. 정태준 성악가는 다시 등장해 푸쉬킨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노래로 만든 곡을 열창했다. 공연 피날레는 해금(노은아), 비올라(김남중), 피아노(황지희), 장구(서수복)이 함께 한 아리랑 모음곡이 장식했다. 이 연주에 동참한 젊은 국악인 손정민은 생황과 피리를 잇달아 연주하며 아리랑 선율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한껏 선사했다.

청중인 시인들은 “동·서양 악기의 화음에 큰 영감을 받았다”라고 했다. 특별히 해금의 노은아 연주자와 비올라의 김남중 연주자가 서로를 배려하며 음을 쌓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개막식에선 외국인 참여자들을 위해 모든 프로그램을 영역해서 자막으로 제공했다. 관련 책자에 실린 모든 글도 영어로 옮겼다.

이번 대회는 한국시인협회 박덕규 부회장이 기획팀장을, 박용재 부회장이 예술감독을 맡아 진행한다. 고두현 부회장은 집행위원으로서 특별히 대외협력에 힘쓰고, 최금녀·방민호 부회장과 곽효환 이사도 집행위원으로 일한다. 이채민 총장은 출간팀장, 김조민 사무국장은 운영 책임을 맡았다. 이밖에 시협 사무국 임직원(조희, 최진영, 장수라, 박호은)이 대회 진행을 돕는다.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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