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관세협상 타결, 최악 피해…세부 사항은 끝까지 챙겨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것에 대해 통상 관련 전문가들은 “선방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세부적인 항목 조율과 문서화 작업 등이 남아 있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30일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와이티엔(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다행스럽다, 90점 정도 주겠다”고 평가했고,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통상학)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협상팀이 선방했고, (앞선) 일본의 협상보다 진일보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협상에서 당초에 3500억달러 선불(지급)이라든지 극단적인 주장이 많았었는데 일단 이런 부분이 다 거둬들여졌고 합리적인 선에서 타결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가 잘 선방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전액을 선불 현금으로 투자하라고 주장했던 미국의 요구를 줄여서 2000억달러의 현금 투자 펀드와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사업(마스가 프로젝트)으로 나눴다. 현금 투자 펀드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를 상한으로 10년간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리돼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한을 뒀다.
김 전 원장은 “(현금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로 낮췄고 상한을 정해서 최소 10년, 실제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상당히 합리적인 선에서 우리가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동성·외환 부담을 확실히 분산시켰다는 측면도 있고, 수익 구조(5대 5 배분)와 관련해서도 양호한 부분으로 협상이 진행됐다”며 “일본은 프로젝트별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도록 정했는데 이 경우엔 법인 사이의 융통성 발휘가 불가능한 반면, 우리는 특수목적법인을 하나로 크게 만들고 산하에 프로젝트를 배열한 것과 프로젝트 매니저에 한국사람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 다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쪽에서 “연 200억달러 투자는 외화 보유액을 허물지 않고서는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관세 협상결과를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가 끝까지 ‘우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라는 기본 원칙을 고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양보를 해서 이 정도로 타결이 됐다”며 “국민의힘 말대로 8월 말에 타결을 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금융위기로 갈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였다면 이거보다 훨씬 나쁜 합의를 이미 해버렸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일부 후퇴시킨 것 뿐만 아니라, 관세 인하 시점 등에서도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자동차 관세 15% 인하 시점을 (한국) 국회에서 대미 투자기금 법안을 제출하는 시점부터 적용키로 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며 “국회가 승인하는 날짜가 아니라 법안을 제출하는 날짜가 포함된 달의 1일부터 소급해서 자동차 관세가 15%로 발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존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지급하지 않았던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9월)과 유럽(10월)이 잇따라 25%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만 아직 양국이 문서화를 마치지 않아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수 있어서 이 부분을 충분히 챙겨봐야 한다. 이번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의 강력한 제조업 역량 덕분”이라며 “이번 합의 이행 과정에서 우리의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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