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이른 유동성 과잉[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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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기저에 유동성 과잉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유동성에만 기대면 자칫 자산 시장만 달아오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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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100bp) 낮췄다. 기준금리를 100bp 내리면 통상 0.24%포인트의 성장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는데 성장 효과는 덜했고, 대신 풀린 돈이 집값을 올리더라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소비쿠폰 등 추가경정예산안으로 돈은 더 풀렸다.
유동성 과잉은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지수(GLI)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며 통화질서가 다극화하는 흐름 속에 유동성 확대까지 겹쳤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현상은 주식, 채권, 원자재, 가상화폐,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밀어 올리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원인이 됐다.
‘디베이스먼트’는 고대 로마의 주요 화폐였던 은화 ‘데나리우스(Denarius)’의 순도가 점점 떨어진 현상에서 유래했다. 재정 부족에 시달리던 네로 황제가 순도 95%였던 은화에 불순물을 섞어 90%짜리 은화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다른 황제들도 재정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불순물을 섞어 은화를 찍어내는 유혹에 넘어갔다. 그렇게 200여 년이 흐르자 결국 은화는 동화에 가까워졌고, 화폐 신뢰는 붕괴돼 물물교환이 다시 등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코스피가 4000 시대를 연 것은 기념비적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 유동성 과잉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8월 시중 통화량인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4400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한 달간 56조 원 가까이 늘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액이었다.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 목표가 올해 7.1%, 내년 8.1%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M2 증가율이 10%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8월 미국의 M2 증가율이 4.8%였던 것에 비해 국내 통화량 증가율은 3.7%포인트 높다. 달러보다 원화가 훨씬 많이 풀렸으니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지며 환율도 밀어 올렸다.
유동성이 증시에 가는 건 다행이지만, 부동산으로 몰리는 건 생산적 흐름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더 강해졌다. 이달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서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인 6월보다 더 높아졌다.
금리를 내렸는데 유동성이 오히려 서울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면, 동결했을 때 집값이 잡혀야 하지만 이 효과는 불투명하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금리정책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완벽히 조절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3분기 성장률이 내수 호조 덕에 예상보다 높아진 점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유동성에만 기대면 자칫 자산 시장만 달아오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생산과 혁신으로 흐르는 돈의 길을 터주는 일이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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