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코너에 박제한다” 런던베이글 창업자 책 수난…표지에 항의 적어 전시
독립서점들 20대 사망 직원에 연대 표시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의 창업자 이효정(필명 료)씨 저서가 항의문이 적힌 채 서점 내에서 전시 중이다. [책방 토닥토닥 SNS 갈무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30/ned/20251030115652172ozcy.jpg)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의 창업자 이효정(필명 료)씨 저서가 수난을 맞고 있다. 20대 직원이 격무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런던베이글 측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알려지면서 서점들이 잇따라 이씨의 책을 향해 울분을 표하면서다.
30일 서점가에 따르면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독립서점 ‘책방토닥토닥’은 이 씨의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 표지에 항의문을 적어 전시 중이다.
이 서점 운영자 A씨가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한 사진을 보면 ‘료의 생각없는 생각’의 앞 뒷면 표지에는 ‘고인의 이름은 정효원.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짓밟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산재신청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다’라는 항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A씨는 “한 청년 노동자의 꿈이 꺾였다.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했던 것은 자신의 꿈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마 자신의 일과 회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라며 “그 책임감들이 모여 회사는 성장한다고 믿는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태도에 분노하면서 이 시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루는 회사의 태도들에 분노한다”며 공분했다.
A씨는 “창업주 료 씨는 자신이 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며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정한 속도보다는, 나의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방향의 일관성과 누적을 추구하는 편이다. 맞지 않는 방향에 세상의 속도까지 내면 큰 일이니까’ ‘나로 태어나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을, 타인을 해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미안해하지 않기를’이라는 책 속 문구를 옮겨 적고 “한 청년 노동자는 료 씨가 만든 회사가 정한 속도에 자신을 맞췄다. 부디 그 속도에 대해 료 씨가 책임 있는 발언을 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타인을 해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추구했다면, 이번 일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헤지펀드에 자신의 철학이 담긴 회사를 판 것은 본인이고, 이미 이번 사태는 그 전부터 예견되었던 것이다. 부디 료씨가 자신이 쓴 책을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 독립서점 ‘소리소문’에선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책이 산재 코너에 놓여있다. [SNS 갈무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30/ned/20251030115652395ohbz.jpg)
제주에서 독립서점 ‘소리소문’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B씨도 공식 SNS를 통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산재를 인정하고 상식적인 대처를 할 때까지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산재’ 코너에 박제해놓겠다”며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적었다.
앞서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주임으로 일하던 26세 정효원씨가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면서 과로사 의혹이 불거졌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신규 지점 개업 준비 등으로 주 80시간 이상 일하며 극심한 업무 부담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회사 측이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 시간 입증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주 80시간 근무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고인은 입사 이후 13개월 동안 7회(9시간) 연장근로를 신청했고, 당사가 파악한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으로 확인됐다”며 “근로계약서와 스케줄표, 급여명세서 등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런던베이글뮤지엄. [SNS 갈무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30/ned/20251030115652604rpab.jpg)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에는 고인이 당시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는 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전직 근로자의 폭로가 제기됐다. 전직 직원 C씨는 SNS에서 “논란 언제 터지나 했다”며 “3개월 단위로 계약서 나눠서 작성하다가 책잡힐 일 생기면 계약종료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무 11개월 차에 계약종료 당한 사람도 있었다”며 “직급자였는데 ‘아파서 본인 업무를 못 했다’고 강등시키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저번에 강등으로 기회 줬는데 네가 찼으니까 계약종료’라고 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단한 실수도 시말서 써야 한다. 출근 첫날 베이글 결제하는 것, 교육 1시간 하고 실수한 것, 고객이 쇼핑백 요청했는데 안 찍어서 시말서 작성했다”며 “시말서 5장 이상이면 본사 안국 가서 교육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창업자 이씨에 관해 겪은 불쾌했던 일화도 전했다. A씨는 “료 이사의 브랜드 교육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는데 별 X소리 다 들었다”며 “‘커피 내리는 바에서 컵을 꼭 손 안 닿는 선반에 두는데, 근무자들 허리 라인이 보이도록 설계한 것’이라더라”라고 했다. 또 “료 이사는 근무자가 자기를 못 알아보고 막았다고 매장 앞에서 소리 지른 일화도 있고, 본부장과 근무할 땐 이름 대신 ‘저기 반바지’ ‘저기 노랑머리’ ‘야’ ‘너’ 이런 식으로 불렀다”고도 주장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첫 매장을 열며 ‘베이글 열풍’을 이끌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전국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2년 법인명을 런던베이글뮤지엄(London Bagel Museum)의 약자인 엘비엠(LBM)으로 변경했다.
엘비엠은 지난 7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 원에 매각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달 29일 JKL파트너스의 엘비엠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고인의 사망 시점이 지난 7월 16일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창업자 역시 경영 철학과 인사 구조 측면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이 창업자는 논란이 확산된 직후 개인 SNS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뉴진스 사태 민희진의 ‘하이브 독립 위한 사전 작업’…법원, 어도어 전속계약 유효 [세상&]
- “쓰레기 가져 갔더니, 이게 웬일이냐”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무료’…무슨 일이 [지구, 뭐래?]
- “영화 훼방 놓겠다”…배우 한지민 협박 30대 여성 재판행
- ‘재혼’ 이상민 “아내는 시험관 준비 중…아이는 아내 닮았으면”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강남 대치동 떠나 이태원으로 복귀, 왜?
- ‘전 재산 28만원’서 ‘나인원한남 77억 최고가 전세’…주인공은 90년생 유튜버
- “4만원에 샀다” “난 6만원이다” 충격적 추락…너무했던 ‘국민 메신저’ 무슨 일이
- 50대 과장 ‘수두룩’ 하더니…“5억→7억, 2억 더 줄테니 나가라” 특단 조치
- BTS RM, “K-팝은 비빔밥, 서구 음악에 韓 미학 담아” APEC CEO 서밋 기조연설
- “꽃집 알바가 100만원, 사장님은 무려”…면접 보러가니 박보검이 ‘떡하니’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