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신불자됐으면 했던 아이가 달라졌어요”
서울 평생교육센터 6개월 교육
소비일기·가계부 소비습관 바꿔

“현금과 달리 카드를 쓰면 돈이 줄어드는걸 알지 못했어요. 교육을 받은 후 돈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달라졌어요.”(교육 참가자 A 씨)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청년업플랫폼 지하 1층에서는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또래와는 조금은 다른’ 청년들이다. IQ 71~84 수준으로 학업·취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들이다.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적금에 가입하게 됐어요”, “2 플러스 1 물건을 살때는 조심하게 됐어요” “충동구매를 반복했는데 계획적인 습관을 세워요.” 참석자들은 이날 자조모임에서 6개월간 교육 이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수신인으로 하는 약속편지도 작성했다.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서울시의 도움으로 금융교육을 받았다. 수업은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6개월간 이어졌다. 교육은 서울시 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의 의뢰로 금융기관 토스가 맡았다. 교육대상은 카페 프리웨일에서 일하는 경계선지능 20~30대 청년 10명이다. 프리웨일은 경계선지능청년들의 부모들이 힘을 모아 창업한 사회적기업이다.
경계선지능인은 금융관리 경험이 부족해 경제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 이번 교육 참가자 중에는 피싱 범죄로 3000만원~4000만원 수준의 피해를 당한 청년이 있었다. 한 청년은 동시에 3개의 스마트폰의 할부금을 내기도 했다. 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사는 것을 반복했기 때분이다. 일부 청년의 부모는 교육 초기 면담과정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게 차라리 자녀가 신용불량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육을 맡은 배은영 토스 매니저는 “초기 교육 참가자의 수준이 중고등학생 수준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돈은 벌고 있지만 경제 관념이 없었다. 소비를 아예 안하거나 과소비를 하는 등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 초기 이들에 대한 금융 이해력을 측정한 결과 청년들의 금융이해력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중 44점이었다. 금융이해력 점수는 소득의 이해·돈관리의 이해·저축과 투자의 이해·지출과 신용의 이해 점수의 평균이다. 교육은 이해력 점수를 50% 이상 올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수업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이뤄졌다. 매달 한 차례 2~3시간 정도의 정기수업 뿐 아니라 맞춤형 컨설팅이 매월 2~3차례 추가로 진행됐다. 저축과 투자, 대출, 소비 관리 등 실무적인 교육을 비롯 금융사기 상황별 대처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금융목표’를 세우고, 매일 소비일기와 가계부를 작성했다.
교육 후 청년들의 금융습관은 달라졌다. 실제 지난 9월 진행된 최종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는 청년들의 평균 점수는 79점으로 지난 4월 조사 때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30대 B 씨는 “처음에는 충동 구매가 많아 매달 저축하기 어려웠으나 머니 코칭을 통해 갈수록 과소비가 줄어 150만원 저축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고 했다. 30대 C 씨 역시 교육전, ‘사고 싶은건 다 사는’ 소비 패턴에서, 충동구매인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C 씨는 “현재 납부중인 3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의 적금을 새로 개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인을 자녀로 둔 권오진 씨는 “행사성 교육이 아니라 6개월간 꾸준했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기존에는 본인 욕구에 따라 돈을 다 소비했었다. 이제는 월급의 일부를 저축도 하고 주식 등 투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번 교육을 통해 아들이 경제관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960만명 중 13.6%인 약 130만명이 경계선지능인 의심대상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 상 지적 장애 기준(IQ 70 이하) 법적 장애인은 아니어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를 개관해 이들을 돕고 있다. 밈센터는 경계선지능인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소식이 알려지면서 회원수는 2022년 109명에서 2025년 9월 기준 82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계선지능인들을 위해 취업, 금융교육, 심리치료 등을 강화하는 ‘서울형 평생교육 3종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에 진행된 금융교육도 그 일환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밈센터 이용 청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고 시정을 펼친다”며 “(경계선지능인들이) 따듯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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