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흰 가루로 뒤덮인 현장, 20년째 미제"…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

"며칠째 연락이 안 돼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2005년 11월 2일 오후 1시 50분.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모(당시 29) 씨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함께 살던 26살 김미윤(가명) 씨와 연락이 닿지 않은 데다, 문은 굳게 잠겨 있는 채 인기척 하나 없었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순간, A 씨의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 안은 하얀 가루와 흩어진 살림살이로 난장판이었으며, 김 씨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 부침가루로 뒤덮인 현장사건은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빌라 2층에서 발생했다. 김 씨는 하의 등 옷 일부가 벗겨진 상태로 두 발이 박스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시신은 보일러 온도가 높게 설정된 탓에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고,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를 토대로 사망 시점을 10월 29일 오전 1시 49분쯤으로 추정했다.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와 간 파열. 강도보다는 원한 관계나 계획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방 안 곳곳 뿌려진 하얀 가루는 부침가루였다. 김 씨를 살해한 범인이 고의로 뿌린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가루가 시신과 주변에 넓게 퍼져 있어 지문이나 족적 채취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 피해자의 삶, 그리고 마지막 흔적
김 씨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불화 끝에 이혼했다. 6살 아들을 시댁에 맡기고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편과 재결합을 약속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그가 출장을 떠난 사이 누군가 집에 침입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 "흰 가루를 묻힌 괴한을 봤다"
범인은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완전하지는 않았다. 피해자의 몸과 현장에서 남성의 DNA와 족적이 발견된 것이다. 특히 부침가루를 사용한 범인의 독특한 행동이 경찰 수사망에 동선이 포착되는 등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건 당일 새벽, 갈마동 인근에서 옷에 흰 가루를 묻힌 남성이 활보한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랐다. 한 택시 기사는 혈흔과 흰 가루가 묻은 돈을 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택시 기사는 괴한을 대전 동구 천동 부근에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유전자 대조 작업을 벌였고, 당시 인근을 지나간 수백 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범인은 검거되지 못했다.
결국 '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범인의 DNA와 족적, 목격 제보까지 확보하고도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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