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농구 명장에서 산업 리더로, 최희암 부회장의 두 번째 헹가래
- 연세대 감독에서 고려용접봉 경영인 변신 성공
- “리더십은 코트 안팎에서 통한다.” 융통성과 사람 중심 경영 철학

농구 승부사로 이름을 날린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70)이 산업통상자원부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연세대 농구부 사령탑 시절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감독상을 밥 먹듯 했던 최 부회장이 코트 밖 제2의 인생에서도 성공 시대를 활짝 꽃피운 겁니다. 게다가 고희의 나이에도.
최희암 부회장은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최된 'K-Tech Inside Show 2025' 개막식에서 열린 '2025 산업 유공 포상 시상식'에서 뿌리산업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산업부는 최희암 부회장에 대해 뿌리산업 발전 유공을 통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표창을 수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기술 속의 기술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슬로건으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및 뿌리산업의 첨단기술 성과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소부장 및 뿌리산업 종합박람회입니다.
최 부회장은 "용접 산업 교육과 인재 육성에 기여한 공로에 따른 유공자로 상을 받게 됐다. 비록 개인이 받았어도 우리 회사가 오랜 기간 투자한 결과이므로 회사에 주는 상으로 받아들이겠다. 앞으로도 용접 산업 발전에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끼리 표' 용접봉으로 유명한 고려용접봉(KISWEL)은 연 매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입니다.
2021년 11월 제1회 용접의 날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던 최 부회장은 2016년 공동 대표이사 취임 이후 LNG 저장탱크 용 9% 니켈강 용접재료 국산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용 용접재료 국산화 등을 통해 국내 용접재료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이끌었습니다. 또 용접공업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전국 용접 기능경기대회를 매년 후원하며 용접 분야 인재 양성을 도운 공로도 크다는 평가입니다.
이날 최 부회장은 '뿌리산업 차세대 리더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휘문고와 현대에서 농구선수로 뛴 최 부회장은 대학 농구 연세대를 국내 최강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학과 실업팀이 총출동하는 농구대잔치에서 최 부회장이 벤치를 지킨 연세대는 두 차례 정상에 올랐습니다. 프로농구 모비스, 전자랜드 감독을 역임했습니다.
농구 외길을 걷던 최 부회장은 전자랜드의 자매회사인 고려용접봉 홍민철 회장의 권유로 중국 다롄의 중국 지사장이 돼 5년 동안 일하다 2014년 귀국 후 부사장을 거쳐 연말에 이 회사 사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중국 법인 시절 연간 매출을 50% 넘게 늘리며 2년 연속 300억 원을 넘기는 수완을 발휘했던 최 부회장은 "중국에서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데 내가 감독 출신이라고 했더니 거래처와 관계를 맺고 계약을 성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라고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농구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최 부회장은 "농구 감독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듯 경영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 관리 솔선수범, 비전 제시 등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부회장은 '잔디밭 이론'을 꺼낸 적도 있습니다. 그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푯말을 세워도 길이 가까우면 사람들이 질러간다. 그러면 굳이 불법자로 만들지 말고 차라리 돌을 깔고 길을 내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직 관리에서 융통성의 중요성을 드러낸 겁니다.
고려용접봉의 국내 영업본부는 프로농구 LG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에 있습니다. 한동안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떠나 창원에서 객지 생활을 했던 최 부회장은 건설 현장,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 쇠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영업 일선을 지켰습니다. 포스코 등 500개의 거래처를 관리하고 새로운 영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주된 업무입니다.
아마추어 농구 현대 창단 멤버였던 최 부회장은 선수로 은퇴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1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그는 "중동에서 일할 당시에 무장 강도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다. 다양한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독불장군이 되기 쉽고 주변을 잘 헤아리지 못해 은퇴 후 고생하기 쉽다. 수업에 참여해 사람을 사귀고 동료 선후배들을 알아 두는 일은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꾸준히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최 부회장은 연세대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틈만 나면 수업에 들어가 친구도 사귀고 견문을 넓힐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은 최 부회장의 제자 가운데는 유달리 프로농구 감독도 많습니다. 유도훈(정관장), 문경은(KT). 이상민(KCC), 조상현(LG) 감독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지난 시즌 LG의 첫 우승을 이끈 조상현 감독은 최 부회장의 애제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희암 부회장은 과거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 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으니, 팬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최 부회장이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공로 가운데 하나는 용접 산업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도 포함됩니다. 운동을 관두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섣불리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사기라도 당해 패가망신하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누구보다 안타까웠다는 최 부회장입니다.
최 부회장은 "대한체육회나 KBL(한국농구연맹) 또는 구단에서 선수 진로 교육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선수들도 너무 쉬운 일에만 기웃거릴 게 아니라 용접, 중장비 운전 등 자신만의 기술을 터득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노령화 시대에도 버틸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희암 부회장의 인생 여정은 단순한 경력 전환을 넘어 스포츠와 산업을 잇는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늘 "공놀이도 팬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듯, 산업에서도 사람을 중심에 둔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인재에 대한 꾸준한 투자, 그리고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은 그가 여전히 '승부사'임을 증명합니다. 농구 코트에서 시작된 그의 리더십은 이제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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