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내 이름을 찾아라! ‘칸쵸깡’ 열풍
코카콜라 ‘이름 마케팅’
최신 진화 버전 큰 인기
현대 소비자 심리 꿰뚫어
“너 칸쵸에서 이름 찾았어?” “3박스 샀는데 아직 내 이름은 안 나왔어.”
요즘 학교나 직장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다. 편의점 과자 코너 앞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롯데웰푸드의 초콜릿 과자 ‘칸쵸’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칸쵸의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가 한 달이 넘도록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끌고 있다.
가빈, 가연, 가영, 가온, 가윤…. 총 504개의 한글 이름과 90개의 하트 모양이 무작위로 들어간 칸쵸를 찾아 사람들이 편의점을 순례하고 있다.
‘칸쵸깡’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칸쵸를 여러 개 사서 한꺼번에 뜯어보는 행위를 말한다. SNS에는 ‘#칸쵸깡’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들이 쏟아진다.
10대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을 찾는 놀이로까지 번지고 있다. 소희, 가을, 수호, 아린 같은 아이돌의 활동명이나 본명을 찾아 포토카드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 전원의 이름을 모으는 ‘올멤(모든 멤버) 수집’도 하나의 챌린지가 됐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이 현상은 단순한 과자 구매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 희소성이 핵심이다. 500개가 넘는 이름 중에서 내 이름을 찾을 확률은 낮지만, 바로 그 낮은 확률이 사람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2011년 호주의 작은 실험= 시간을 1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1년 호주, 코카콜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10대와 젊은 성인의 50%가 코카콜라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탄산음료 시장 전체가 10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Share a Coke(쉐어 어 코크)’였다. 브랜드 로고 대신 사람들의 이름을 병에 새기는 단순하지만 파격적인 발상. 체험형 마케팅이 SNS에서 흥행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시작된 실험이었다.
호주에서 인기 있는 이름 250개를 선별해 코카콜라 라벨에 인쇄했다. ‘톰’, ‘미셸’, ‘줄리아’, ‘크리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으면 당연히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롯데웰푸드의 초코 과자 ‘칸쵸’에 적혀 있는 이름들. 기자의 이름도 보인다.
◇전 세계로 번진 이름 마케팅= 성공의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코카콜라는 80개국 이상에서 같은 캠페인을 전개했다. 각 나라마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이름들을 선별해 넣었다. 2014년 미국에서는 ‘크리스’, ‘제스’, ‘알렉스’가 가장 많이 새겨졌고, 심지어 이베이에서 희귀한 이름이 적힌 병들이 경매로 팔리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인 이름 대신 ‘자기야’, ‘친구야’, ‘우리가족’ 같은 관계 호칭과 ‘잘될거야’, ‘사랑해’, ‘최고야’ 같은 응원 메시지를 사용했다. 한국 정서에 맞게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스타벅스의 영리한 응용= 코카콜라의 성공을 본 스타벅스는 더 직접적인 방법을 택했다. ‘Call My Name(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고객이 미리 앱에서 별명을 등록하면, 주문할 때 바리스타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방식이었다.
총 6자까지 등록할 수 있었는데, 일부 고객들이 ‘겨우이거시킨’, ‘난직원이고넌’ 같은 장난스러운 이름을 등록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스타벅스에서는 아예 주문할 때 이름을 물어서 컵에 직접 적어주는데, 때로는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적어 고객들이 재미있어 하며 SNS에 올리도록 유도하는 바이럴 마케팅까지 시도했다.

편의점 과자 코너에 칸쵸가 품절돼 있는 모습.
◇칸쵸의 완벽한 계승= 이제 다시 2025년으로 돌아와 보자. 칸쵸의 ‘내 이름 찾기’ 캠페인은 이 모든 역사의 완벽한 계승자다. 코카콜라의 핵심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한국 시장과 MZ세대 특성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다. 504개의 한글 이름은 코카콜라의 250개보다 두 배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을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희소성도 유지한 영리한 전략이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SNS가 일상이 된 지금, 과자 하나 찾는 것도 콘텐츠가 되고 문화가 된다. 14년 전 코카콜라가 예견했던 ‘SNS 시대의 체험형 마케팅’이 2025년 한국에서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Call My Name 마케팅의 불변의 법칙= 코카콜라에서 칸쵸까지, 14년에 걸친 이름 마케팅의 역사를 보면 몇 가지 불변의 법칙이 보인다. 개인화의 마법. 똑같은 제품도 내 이름이 적혀 있으면 특별해진다.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이름에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 희소성의 힘도 있다. 모든 이름을 다 넣을 수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희소성이 생긴다. 찾기 어려울수록 더 갖고 싶어진다.
SNS에 최적화된 이 마케팅은 내 이름이 적힌 칸쵸를 찾아 인증하고픈 마음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친구나 가족 이름이 적힌 칸쵸를 선물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칸쵸의 성공이 단순히 과자 하나의 성공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14년 전 코카콜라가 시작한 ‘이름 마케팅’의 최신 진화 버전이자, 개인화에 목마른 현대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결과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더욱 정교한 개인화, 실시간 맞춤형 제품 생산까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내 이름을 불러달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칸쵸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14년 전 호주에서 코카콜라 병을 찾던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반복되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 그것이 바로 Call My Name 마케팅이 가진 영원한 힘이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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