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당’ 꿀·메이플시럽은 설탕보다 덜 해로울까?

자연에서 얻은 천연 감미료는 정제당인 설탕보다 우리 몸에 더 좋을까?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일관되고 명확했다. 결론은 “우리 몸은 당의 출처를 구분하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 “몸속에서는 모두 같은 분자로 분해된다”
브리검영대학교 영양학과 카렌 델라 코르테 교수는 “당이 꿀에서 왔든, 설탕에서 왔든, 아가베 시럽에서 왔든 몸속에서는 결국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 같은 동일한 단위로 분해된다”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얻은 감미료라고 해서 신체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소화 효소는 단순히 화학구조에 따라 반응하지, 감미료의 원산지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다.
꿀이 ‘자연스럽고 순수해 보인다’라는 인식은 과학적 근거가 아닌 이미지 마케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 과일 속 당과 첨가당의 차이는 ‘형태’에 있다
당분이 식품에 어떻게 함유되어 있는지에 따라 신체가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영양학자 킴버 스탠호프 박사는 “사과 속 당과 초콜릿바 속 당은 분자적으로 같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식이섬유(fiber) 때문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통째로 섭취하면 함께 들어 있는 섬유질이 당의 흡수를 늦춰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반면 정제 설탕이나 시럽 형태의 당은 이런 완충 장치가 없어, 당분이 혈류로 더 빨리 흡수되고, 종종 더 많은 양이 흡수되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다.

단, 과일과 채소를 갈아 주스 형태로 마시면 장점은 사라진다. 당의 흡수를 늦춰주는 식이섬유가 가공 과정에서 제거돼 보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혈당 급등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질환 위험 커져
설탕이나 고과당 옥수수 시럽뿐만 아니라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 시럽 또한 식품에 추가하면 첨가당과 다름없다.
스탠호프 박사는 “혈당이 반복적으로 급등하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고, 결국 제2형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내분비학자이자 소아과 명예교수인 로버트 러스틱 박사는 “과도한 당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고, 이 지방이 간과 혈관에 쌓이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건강 기관은 하루 첨가당을 50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심장협회(AHA)의 지침은 이보다 엄격해 남성 36g, 여성 25g 이하다.
▣ “‘천연’이라는 이름에 속지 마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 시럽도 모두 ‘첨가당’”이라며 자연에서 유래했으니 건강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 진행된 소규모 연구에서, 성인 55명이 꿀·고과당 옥수수 시럽·자당(설탕)을 각각 하루 50g씩 2주간 섭취했을 때 혈당,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천연당’이라도 설탕보다 낫지 않았다.

▣ 당 욕구를 다루는 더 나은 방법
전문가들은 인공 감미료(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나 스테비아나 몽크 후르츠 같은 식물성 또는 과일 기반 감미료 역시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같은 무열량 또는 저열량 인공 감미료가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스런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맛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식이섬유를 포함한 자연식품에서 단맛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딸기, 사과, 구운 고구마처럼 자연적으로 단맛이 나는 과일과 채소를 통해 당 욕구를 충족하는 게 가장 낫다는 설명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꿀 한 방울 정도 뿌리는 것처럼 설탕을 조금만 첨가하라고 덧붙였다.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밀크 초콜릿보다 첨가당 함량이 낮은 다크초콜릿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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