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담 크게 늘었지만…연 200억달러 한도 설정은 성과

한·미 양국이 29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핵심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패키지 중 현금 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로 하고, 10년에 걸쳐 ‘연 200억달러(약 28조원)’ 한도 안에서 분할 투자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연간 한도액을 설정한 것은 성과로 꼽히나 투자 주체나 수익 배분 등은 애초 미국 요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저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한·미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패키지 중 2000억달러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금융패키지와 유사한구조로 집행한다.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1500억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집행하고,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애초 미국이 요구했던 ‘현금 100% 선불 투자’가 아닌 현금 투자 비중을 57% 수준으로 낮추고 200억달러라는 연간 한도액을 정한 것은 진전된 내용이다. 그동안 미국은 3500억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선불 투자하길 원했지만,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외환 규모가 연간 150억~200억달러인 점을 강조해왔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가 일본과 다른 한국 외환시장의 취약성에 대한 우리 협상단의 설득에 초기 입장을 바꾼 셈이다. 김용범 실장은 “(200억달러는) 사업이 진척되는 정도에 따라 (돈을) 보내기 때문에 처음에 착수금만 가고, 사업이 연도별로 진행되는 정도로 가기 때문에 일시에 돈이 인출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0억달러는 외화자산의 이자, 배당 등 운용 수익을 활용하는 한편, 국제 외환시장에서 기채(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차입)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간 이뤄지고,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주체, 수익 배분 방식은 ‘일본 모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양국이 함께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앞서 일본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처를 결정하도록 했는데, 일본 쪽에선 투자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아닌 협의위원회에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의견만 전달하는 데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수익 배분 방식도 일본과 같이 투자 원금 회수 전에는 두 나라가 5 대 5로 나누고, 원금 회수 뒤에는 한국 1, 미국 9의 비율로 배분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과 같이 투자 목적별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현금을 보내는 것과 달리 포괄적인 하나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일본 모델과 유사하지만, 몇가지 ‘안전장치’를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만간 체결할 투자 양해각서(MOU)에 상업적으로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할 수 있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20년 이내에 한국이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투자 양해각서에 담기로 했다. 가급적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업체를 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임하기로 한 것도 정부가 밝힌 일본 방식과의 차이점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는 2~3일 안에 발표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안보와 (통상을) 합쳐 팩트시트 (작성에) 2~3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투자 양해각서는 거의 문안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했다.
경주/서영지 기자, 신형철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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