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 詩로 엮어 희망의 등불 밝혀야죠"

김유민 기자 2025. 10. 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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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 서병관 시인

제1회 국제 디카시 공모 최우수상
작품 '꽃등' 부모 삶·가족 조명
'6시 내고향' 부모 이야기 방영
"가족·자연… 세대 연결 주제
짧지만 강한 울림 시 쓸 것"
서병관 시인

경남매일이 창간 26주년을 맞아 지난 7월 주최한 '제1회 국제 디카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서병관 시인. 그는 작품 '꽃등'으로 부모의 삶과 가족의 온기를 사진과 짧은 시로 엮어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로부터 디카시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부모의 손끝에서 피어난 시

서 시인은 디카시가 '사진과 시가 어우러진 새로운 표현 방식'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상 속 풍경이나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그 순간의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 따뜻했다"며 "부모님이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삶의 무게와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상작 '꽃등'은 고향 김해의 화훼농장에서 탄생했다. 반세기 가까이 꽃을 길러온 부모님의 삶을 바라보며, 그는 "무쇠 같은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기, 새벽마다 봉오리를 깨우는 손길 속엔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꽃이 피어날 때마다 등불처럼 삶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을 느꼈다"며 그때의 감정을 사진과 시로 남겼다.
제1회 국제 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꽃등' 사진.

■ '꽃등', 가족의 사랑을 비추다

'꽃등'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꽃을 길러온 부모님의 삶의 흔적과 그 속에 깃든 사랑, 그리고 가족의 따스한 온기를 비추는 등불 같은 존재를 상징한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마다 그 뒤에 숨은 손길과 마음이 빛처럼 드러나며, 마치 등불이 어둠 속을 밝혀주듯 삶의 의미를 환히 비춰준다.

특히 손주들이 부모님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장면으로, 꽃을 매개로 이어지는 가족의 유대와 정서적 연결을 보여준다. 이 시는 결국 노동의 손끝에서 피어난 생명과 향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족의 이야기와 사랑을 조용히 전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 세대를 잇는 따뜻한 등불

그에게 가족은 삶의 뿌리이자 등불 같은 존재다. "50여 년간 화훼농장에서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노동의 기록이 아니라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며 "올해 6월 방송된 '6시 내고향'에서 부모님의 이야기가 소개됐을 때, 삶의 철학과 사랑이 전해져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부모의 손끝에서 피어난 꽃은 그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감사의 이유를 일깨워줬다.

■ 짧지만 강한 울림, 시로 전할 것

서 시인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시로 꼽는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구절처럼, 기다림과 인내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디카시로 표현하고 싶다"며 "짧지만 강한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시를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상의 순간들 속에 숨겨진 감정과 이야기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디카시라는 장르의 깊이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며 "특히 가족, 자연, 노동, 그리고 세대 간의 연결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짧지만 강한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써 내려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디카시의 감동을 나누고, 사진과 시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나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며 "삶의 조각들을 시로 엮어내는 작업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 켜줄 수 있다면 그것이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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