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산업 피해’ 우려·트럼프 ‘순방 성과’ 맞물려 극적 타결

정환보 기자 2025. 10. 29. 2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세협상 분위기 반전 배경
정부도 전날까지 ‘낙관’ 못해…‘노딜’ 가능성 배수진 치고 미 설득
‘벼랑 끝+회유’ 작전 주효…회담서 ‘안보 공감’ 끌어낸 것도 영향
양국 경제·외교 참모들 총출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경주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이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협상은 막판 극적 타결 형식으로 매듭지어졌다. 양측 협상당국이 치열하게 맞붙으며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간극은 이날 경주 회담을 계기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관세협상 타결이 늦춰질수록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이 입을 경제적 타격과 한·미 동맹 약화 등을 우려한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과의 치열한 대결 구도 속 아시아 순방길에서 성과물을 챙겨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섰던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은 양측의 절충점인 2000억달러로 합의를 봤다. 납입 기간은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된다. 매년 250억달러로 8년을 고수한 미국과 연간 15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어렵다고 한 한국의 중간지대에서 연간 현금 투자액과 납입 기간이 결정된 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세협상 노딜이 점쳐졌다.

한국 정부 측도 전날까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이 마지막까지 노딜을 배수진 삼아 미국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저녁에도 전망이 밝지 않았고 당일(오늘) 급진전됐다”면서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 타결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공감을 얻어낸 것도 관세협상 타결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협상 타결 의지도 한·미 양국 협상당국이 손을 맞잡게 하는 압박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과의 무역합의를 매우 곧 마무리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 등과 무역합의들이 많이 타결됐고 이를 통해 안정적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꼭 집어 “터프한(거친) 협상가”라며 “조금 더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협상팀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 결과적으로는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에 비해 한층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대미 투자금 5500억달러 전체가 현금 투자로 양해각서(MOU)에 기재됐지만, 한국은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로 약속했다.

1500억달러의 조선업 협력 투자는 한국 주도로 진행되며, 국내 조선사의 대미 직접투자(FDI)와 국내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의 보증 등까지 두루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협상 타결의 결과로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은 11월 중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그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