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의 아지트 ‘명씨네’도 폐업…갈 곳 잃는 독립·예술영화들

정시우 객원기자 2025. 10. 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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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씨네-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 도서관·아트하우스 15년간 운영
- 경영난 못 이기고 결국 영업종료
- OTT 커지며 멀티플렉스 ‘휘청’
- 문화 다양성 살리도록 지원 필요

극장이 사라지고 있다. 시네필(Cinephile)들의 아지트였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가 영업을 종료한다. 2010년 ‘씨너스 명동’을 이어받아 영업한 지 15년만에, 29일 오후 8시30분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상영을 마지막으로 셔터를 내린다.

29일로 영업을 종료한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CJ 뉴스룸 제공


‘명씨네’라는 애칭으로 불려 온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영화 전문 도서관과 아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영화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 온 곳이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톡(talk)’ 프로그램, 큐레이션, 전시 기획 등으로 영화 팬들이 자주 찾던 공간이었던 만큼 영업 종료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크다. 이번 결정으로 씨네라이브러리에 보관된 영화 전문 서적 1만여 권은 영상자료원으로 옮겨진다. 아트하우스 2개 관은 다른 영화관으로 이전될 전망이다.

이곳은 2022년에도 임대 계약 문제로 한 차례 영업 종료 위기가 있었으나, 이후 계약 연장을 통해 운영을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최종 폐점이 공식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영난과 도심 상권 변화,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운영사가 밝힌 폐업 이유다.

CGV는 올해 들어서만 순천·목포·송파·연수역·파주야당·창원·광주터미널 등 전국 12개 지점의 문을 닫았다. CGV뿐이 아니다. 메가박스도 지난 13일 개관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메가박스 성수점의 문을 닫았다. 롯데시네마 역시 올해 직영 1곳, 제휴 3곳의 영업을 끝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어든 관객 수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폐점 추세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영화 관객 수는 1억2000여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치 대비 55.7%에 그친 수준이다.

극장가들은 저마다 나름의 생존 전략을 고민 중이다. 인기 가수 공연 실황이나 프로야구 생중계 등 콘텐츠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대표적. CGV는 ‘2025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를 스크린X 라이브로 생중계하며 관객 모집에 나섰고, 롯데시네마는 지난해부터 일부 상영관을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개조했다. 이것이 영화관의 진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폐업을 바라보는 심경은, ‘단관 극장’이 문을 닫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단관 극장’의 폐점이 극장 경쟁력 약화에서 온 것이라면, 멀티플렉스의 폐점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의 위기에서 왔다는 점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해 단관 극장들을 밀어내며 관람 문화를 주도해 온 멀티플렉스 시대는 이렇게 저무는 것일까.

영화계는 영업 이익이 우선인 극장이 손실이 나는 지점을 폐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바라보면서도, 가뜩이나 OTT로 극장 접근성이 떨어진 현시점에서 극장 폐업이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나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며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던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의 폐업은 팬데믹 이후 위축된 독립·예술영화의 파이를 더 줄인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마침, 지난달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는 극장을 소재로 제작된 ‘극장의 시간들’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국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가 영화산업이 근본부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영화산업의 근본’은 인기 상업영화 한 편이 극장가를 독식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문화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더.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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