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3개월전 ‘강한 항생제’ 집중 투여…말기암 환자에 도움될까?
2002~2021년 사망 암환자 51만명 분석
임종 1~3개월전 광범위 항생제 최다 처방
혈액암, 고형암보다 모든 기간 사용률 높아
신체기능 급격 하락시점과 일치…개선 필요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강력한 항생제를 집중적으로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불필요한 항생제 투여 대신 임종기의 치료 목표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와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사망한 진행성 암 환자 51만5366명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항생제 사용 실태를 전국 규모로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절반이 넘는 56%가 사망 전 6개월 동안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범위 항생제는 여러 종류의 세균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약으로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하지만 너무 자주 쓰면 오히려 더 강력한 내성균을 만들어내고 환자에게 메스꺼움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이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6개월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광범위 항생제 사용이 가장 집중되는 시점은 임종 3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가장 많았다. 이 시기에 환자 28%가 최소 한번 이상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사용일수는 임종 1개월 전부터 2주 전 사이에 집중됐다. 환자들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입원하거나 강도 높은 치료를 받으면서 항생제 투여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반영한다.
암 종류에 따라 항생제 사용 정도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들은 고형암 환자보다 모든 기간에 걸쳐 광범위 항생제 사용률이 높았다. 특히 백혈병 환자는 폐암 환자보다 임종 직전 1주일 동안 항생제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1.5배 높았고, 사용량은 1.21배 더 많았다. 이는 혈액암 환자가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이 환자의 신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과 일치한다”며 “임종기에 불필요한 고강도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환자의 가치와 목표에 맞춘 완화의료 중심 치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내 최초로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최근호에 실렸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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