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지난 3년간 우린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다”

이강산 기자 2025. 10.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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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9일 오전 10시29분, 서울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추모식은 오전 10시29분 행정안전부가 서울 전역에 울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참석한 이들 모두가 1분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유가족 대표인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디 달라지길 바란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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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서 3주기 기억식 열려…참사 후 첫 정부 주최 추모행사
유가족 대표 “이번 정부, 안전한 내일 위한 전환점 만들어 주길”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10월29일 오전 10시29분, 서울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얼핏 재난문자 발송 시의 알림음과도 비슷한 소리였지만 재난문자가 온 것은 아니었다. 3년 전 이태원에서 일어나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겐 끝나지 않은 인재(人災)를 기억하기 위한 사이렌이었다.

29일 오전 10시께 취재진이 찾은 서울 광화문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세종대왕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 관광객들의 앞엔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참석을 위해 모인 국내외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일반 시민 등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날 유가족들은 대부분 보라색 점퍼를 입고 있었고, 추모식에 참석한 시민들 일부는 세월호 리본과 같은 모양의 보라색 리본을 각자의 옷과 가방 등에 '10·29' 날짜가 적힌 배지와 함께 달기도 했다.

보라색 리본을 달고 있던 시민 김아무개씨(33)는 "아무리 충격적인 인명 사고가 일어나도 여러 이유들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간다"며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추모식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추모식은 오전 10시29분 행정안전부가 서울 전역에 울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참석한 이들 모두가 1분간 묵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행안부는 사이렌에 대해 "참사 3년만의 진정한 추모와 우리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비극적인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다짐 등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이 사이렌에는 다른 의미도 내포돼 있었다. 이번 3주기 추모식이 이태원 참사 후 행안부를 포함한 정부가 주최한 첫 공식 추모행사라는 것이다. 지난 2023년 1주기 추모식의 경우 유가족단체가 주최했고, 당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하긴 했으나 대부분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지난해 2주기 추모식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국회 공식 차원에서 주최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참여하진 않았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참석을 마친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행안부가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서울시와 공동 주최한 이번 추모식에는 정부 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또 우 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참석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북 경주로 향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영상으로 추모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축제의 현장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던 그 날의 참상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날 국가는 없었다"며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들을 되돌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인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디 달라지길 바란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우 의장과 송기춘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도 추모사를 남겼다. 이어 이날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인 노르웨이 국적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도 참사 후 겪어온 일들과 심정 등을 밝혔다.

수잔나는 "딸이 (한국에서) 화물번호가 찍힌 채 하나의 소포로 돌아온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한국의 유가족들과 따뜻하게 연대해 왔다. 세상을 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을 믿는다"고 적어 온 편지 낭독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 오열했다.

이외에도 박소란 시인과 배우 문소리, 가수 안예은 등도 각자 시와 추모사, 음악 등을 통해 추모식을 함께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故) 안지호씨와 2021년 드라마 지방 촬영 당시 6개월간 함께 생활했다는 문씨가 추모사를 전하며 울먹이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 역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모식 말미에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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