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뷰-아파트 상가 임장기] 2. 상권의 역설

김원진 기자 2025. 10.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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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급 상권, 완판 미지수…공실 수렁 빠진 대단지 현실

숭의역 인근 상가 랜드마크 입지 불구
1층 60% 입점…2층은 절반도 못 채워
역세권·단지 수요 있어도 흥행 어려움

학익 1구역 '미니신도시급' 덩치 자랑
“투자처로 괜찮냐” 질문 쏟아지지만
수인선 이용객 적어 '과잉 공급' 분석

작년 영종 7개 준공 단지 중 완판 1곳뿐
송도 최고 스펙 자랑 아파트도 예외 아냐
편의점·호프집 등 빼면 사실상 빈 공간

"아파트 상가는 단순한 부동산 상품이 아니다."

인천의 신축 아파트 상가들을 찾아다닌 끝에 마주한 결론은 명확했다. 우리 집 앞 상가는 도시 구조와 주민 생활을 비추는 거울이며, 지금의 공실은 도시 계획의 허점을 드러내는 신호탄이었다.

'1012세대 대단지 수요를 완전 독점하는 테라스와 스퀘어를 품은 스트리트형 랜드마크 상가'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신축 상가'는 광고 문구처럼 숭의역사 위에 100호실이 번듯하게 지어져 랜드마크 상가 입지는 확고했다. 다만, 지난봄 입주 후 여전히 다 채우지 못해 임대 현수막이 여기저기였다. 완판까지 갈 길이 적잖이 남아 보였다.

▲ 지난 초가을 찾은 영종국제도시 신축 아파트 상가들에선 대부분 공실이 확인됐다. 준공 2~3년치 물량들 중에서도 '완판'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대단지들이 모여 있어 상업지역까지 거리가 먼 영종 특성에서 이런 아파트 상가공실은 주민 불편과 직결돼 있다.

▲원도심 '몰'급 상가가 실험대에 올랐다

지난 7월 수인선(분당선) 숭의역 승차 인원은 12만6286명, 하차 인원은 11만6417명이다. 국토교통부 철도통계를 분석했더니 같은 기간 수인선 83개 역에서 숭의역 이용 인원은 승차에선 65위, 하차에선 67위다. 이 노선 인천 구간에서 숭의역보다 하차 인원이 더 많은 곳은 인하대(17만3272명), 인천논현(16만7164명), 연수(13만2476명), 소래포구(12만8808명), 호구포(11만7082명)까지 총 5개 역이다.

수인선 인천 구간 11개 역에서 숭의역은 이용객 순위로 보면 중간 등수인 셈이다. 그리고 인하대역이나 인천논현역, 호구포역처럼 미니 신도시급 신축지역을 갖추지 않은 8개 역 가운데 숭의역은 가장 번듯한 '몰'급 상가를 품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이곳 1층은 60% 정도 채워졌고 2층은 불 켜진 곳이 반도 안 됐다.

이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흥행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역 이용객 확대를 꼽았다.

이호준(가명)씨는 권리금 없는 신축 상권에 기대를 품고 이곳에 입주한 케이스다. 동네에선 흔치 않은 1000세대 이상 배후 조건에 월세도 100만원 초반대로 저렴해 '되겠다' 싶었다. 인천 신도시들 월세와 비교하면 60~70% 수준이다.

아직 가게가 자리 잡는 중이라 매출은 성에 안 차지만 미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영업 중이다. 호준씨 역시 숭의역 이용객이 점차 늘면 '생존 안정권'에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잔여세대 분양도 있고 옆에 오피스텔들도 짓고 있다. 길 건너 원도심 주택가가 우리 상권에 익숙해지면 단골도 생기고 할 거다"고 말했다.

숭의동 신축이 위치한 숭의1·3동은 2022년 A 단지가 입주하는 등 일대 재개발로 인구가 5년 동안 20% 늘었다. 중년 이상 인구 유입이 더 크면서 원도심 고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퇴근길 주변 버스정류장이나 행인만 봐도 학생 등 젊은 세대보다는 나이 지긋한 시민들을 더 눈에 띈다. 가까운 곳에 숭의로터리 공구상가나 신광사거리 상권에 원도심 색채가 짙은 것도 한몫한다.

숭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섭씨는 "낚시방, 흑염소, 여러 상회들만 봐도 여긴 주로 중년 이상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 상권들도 비슷한 분위기로 형성돼 있다. 신축 아파트들이 연이어 생겨 조금 달라지긴 했어도 살던 사람들은 원래 소비하던 것들 하면서 산다"고 전했다.

▲신도시급 재개발 속도에 상가는 아직 적응 중

학익 1구역 주택재개발이 한창인 인하대역 일대는 모 브랜드에서만 단지가 몇 개씩 예정돼 있는 등 미니신도시급 덩치를 자랑한다. 5년 전보다 인구가 30% 넘게 급증했을 정도인데, 예정 단지들까지 마무리되면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해당 브랜드 4단지 아파트 상가는 현재 분양을 준비 중이다. 두 개 층 60여개 점포가 9월 중순쯤엔 대부분 비어 있었다. 400여세대 단지에 비하면 상가 규모를 크게 뺀 경우다.

근처 공인중개사는 "학익역, 뮤지엄파크가 내년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그 수요를 반영한 상가다. 아파트 자체 수요에 더해 역세권 수요를 노린 공급"이라며 "동네 전체 단지 다 입주하면 수요만 1만 세대가 넘어서 나중에는 권리금도 꽤 비싸게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길 건너 900여세대 같은 브랜드 3단지는 '몰'급 상권을 이미 조성했다. 3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상권 공실률이 20~30% 정도로 추정되는 와중에 4단지까지 완판을 완성하려면 학익역의 이용객 확보가 필수 조건으로 보인다.

3단지와 4단지는 사실 지난해 말부터 상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입에 자주 오르던 물량이다.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 해당 단지를 검색해 보면 "투자처로 괜찮겠냐"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위에 공인중개사 말처럼 미래 역세권, 뮤지엄파크, 잇따른 단지 입주에 권리금도 없어 미래 가치가 밝다는 의견과 동시에 우려 섞인 조언도 있다. 수인선 이용객이 인천 1호선보다도 적고 상가 공급 자체도 과하다는 분석이다.

▲도시는 채워졌지만, 상가는 여전히 비어 있다

"역에서 걸어가면 금방이다. 주말에 애들이랑 놀러 오셔라. 근처에 좋은 카페도 많이 생겼다."

이윤수씨는 요즘 사람들이 "영종 출퇴근 어떻냐"고 물으면 이런 식으로 설명을 늘어놓는다. 역에서 윤수씨 사는 '운서역 아파트'까진 도보로 20분 정도. 역세권이라기엔 좀 먼 듯도 한데 이 동네에선 귀한 나름 도보권 단지다. 공항철도가 윤수씨 직장 있는 공덕까지 한 번에 가서, 출퇴근도 그렇고 애들 생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좋을 거 같아 가족과 영종 생활을 시작했다.

"빈틈없이 채워진 서울에서 퇴근해 운서역 도착하면 역과 집 사이 셀 수 없이 빈 상가들이다. 역 빌딩도 비어 있고, 올해 입주한 우리 단지 상가도 비어 있고, 작년에 입주한 맞은편 단지 상가도 여전히 몇 곳 비어 있다. 서울과 온도차 때문인지 더 고요한 풍경이다. 영종에서 아이들 키우기엔 대체로 만족스럽다. 자연환경이 뛰어나니까. 근데 동네 상권 자체가 좀 붕 떠 있다 보니 이런저런 소비 하면서 생활하는 입장에선 불안하다. 운서역 주변은 이제 신도시라고 하기도 그런데, 왜 이렇게 빈 곳들이 천지인지 의문스럽다."

올해 상반기 준공한 영종 단지들은 대표적으로 4곳. 윤수씨네 단지처럼 운서역 일대 1곳, 영종역 남측 하늘도시 3곳이다. 입주를 진행해도 상가 대부분은 공실이라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대단지들이 모여 있어 상업지역까지 거리가 먼 영종 특성에서 이런 아파트 상가 공실은 주민 불편과 직결돼 있다. 2024년, 2023년 영종 입주 물량들 임장을 해봐도 공실률 50% 이상은 보통이었다. 지난해 지어진 영종 내 7개 단지에서 유일한 상가 완판 사례는 영종하늘도시 한신더휴2차뿐이다. 단지 내 인천하늘초등학교와 상권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편의점, 학원, 문방구 등 주거·교육 수요를 동시에 품은 생활 상권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당 단지만 벗어나면 1~3년 치 단지들 상가에선 다시 공실들이 목격된다.

▲단지 상가가 곧 경제 중심이 되는 프리미엄 도시…공실 예외 아니다

지난 2월 준공한 송도국제도시 B 아파트는 섬 속에 섬 같은 조건이다. 서쪽엔 바다, 남쪽엔 수변시설과 유명 골프장, 동쪽은 공원 등이 둘러싸 송도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프라이빗 스펙을 자랑한다. 아쉬운 점은 일대에 관련 개발 사업들이 이어지고 있어 도심지와 연결성이 낮다는 지점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도보 40분 거리 송도달빛축제공원역이다. 더군다나 당장은 역과 단지를 잇는 인도조차 미흡하다. 도로와 사람 다니는 길이 공사장 줄 같은 거로 구분돼 있다. 이런 환경일수록 단지 내 상가가 든든하게 버텨주면 좋을 텐데 40% 정도는 부동산에서 붙여놓은 '임대' 팻말이 보였다. B 아파트보다 조금 더 남쪽에 있는 C 아파트는 60여개 정도로 파악되는 거대 단지 상권에서 80%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다. C 아파트 경우 작년 말 입주 물량이다. 편의점, 호프집, 학원 몇 곳을 빼면 사실상 빈 공간이다. 그나마 이 동네에선 2024년 준공한 D 아파트가 대형 음식점과 카페, 병원 등을 유치하며 상가를 어느 정도 채웠다.

송도를 가로지르는 인천1호선 역세권이라고 해도, 완성된 상가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준공한 E 아파트는 오피스텔과 묶어 상가를 60여개 마련해 지금까지 절반 치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몇 달 전 문을 연 단지니까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길 건너 지난해 5월 준공한 F 아파트가 1층 상가 30여개에서 60% 이상 추정 공실인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송도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송도뿐만 아니라 수도권 단지 내 상가가 편의점, 학원, 약국, 부동산 등 필수 업종 외에는 높은 임대료와 제한된 고객층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또 분양 상가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세 등을 주는 투자 목적이 과거보다 늘면서 임대료 변화도 예전보다 가파르다. 그런데 공급은 굵직굵직하다 보니 다들 자리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아파트 상가 문제를 미분양처럼 자세하게 들여볼 때가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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