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흘러도 잊지 않겠다" 광주서 조용한 보라빛 추모
찬 바람 속 드문드문 헌화·묵념 이어져
공직자들 합동 추모…“안전, 국가 의무”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광주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사람들의 발길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며 국화를 내려놓는 이들이 있었다.
29일 오전 찾은 광주 남구 백운광장 푸른길공원 인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보라색 리본 조형물 앞에는 임시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그 앞 테이블에는 흰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였고, 바람에 흔들리는 추모 현수막이 잔잔한 소리를 냈다.

조형물 옆 추모비에는 희생자 159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가장 윗줄에는 '그날의 교훈을 기억하고 생명존중 안전사회 구현의 간절한 마음을 이곳에 새깁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광주·전남 희생자 9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은 추모비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이름 하나하나를 눈으로 읽었다. 그는 "뉴스로만 보던 일이지만 이렇게 이름을 직접 보니 그날의 참상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며 "광주·전남에서도 희생자가 많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내 구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날의 두려움과 고통, 눈물과 절망은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다"며 "시간은 흘렀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날의 잘못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호현 남구의회 의장도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정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분향소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늦추거나 헌화 대신 고개를 잠시 숙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광장에는 찬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내는 바스락거림만이 남았다.

남구는 지난해 백운광장 푸른길공원 산책로 인근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보라 리본 조형물을 설치해 상시 추모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이날 광주시와 남구를 포함한 5개 자치구 등 공공기관도 청사 국기게양대에 조기를 내걸어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한편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광장에서는 정부 첫 공식 '10·29 이태원 참사 추모식'이 열렸다. 강기정 광주 시장은 정부 추모식에 참석해 "광주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재난으로부터 더 강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으며,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SNS에 글을 올려 "전남도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염원이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 24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서 3주기 공동 추모 행사를 열어 희생자들을 기렸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