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두 번째 회담…‘조선 협력’ 다지고 ‘핵잠 연료’ 요청했다
‘북미회동 불발’ 공식화…트럼프 “김정은과 시간 못 맞췄지만 앞으로도 노력”
‘조선업·제조업 협력’ 강조…“韓은 조선의 대가” “대미 투자로 제조업 지원”
李, ‘전략동맹’ 약속한 대신 ‘원자력 협정 개정’ 강조…“핵무기 적재 뜻 아냐”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두 차례 국빈 자격으로 찾은 첫 외국 정상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147일 만의 방한이다. 한미 정상이 단기간 내 상호 방문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마주 앉고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발언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는 방식이었다. 두 정상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거론됐던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불발된 상황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을 두곤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조선 협력에 대한 의지를 서로 주고받았다. 다만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공급'을 허용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직접적인 답변이 이뤄지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선 '처음' 또는 '유일' 단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특히 놀라운 것은 취임한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계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위대한 역량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달라. 그 여건을 위해 저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거론됐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내심의 뜻을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면서도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며 이번 방한을 계기로는 사실상 북미 정상 회동은 불발됐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난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강조했다. 그는 "난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번 방문은 그게 정말 우리의 초점이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문도 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김정은, 그리고 모두와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 "방위 역량 키울 것…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결단해달라"
두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을 꼽히는 관세 협상에 대해선 '조선업' '제조업' 차원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대한민국은 대미 투자 혹은 구매 확대를 통해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고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대한민국 경제와 미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주 오래된 한미 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한미 간에 진정한 동맹 더 확대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이 조선업의 '대가'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다시 조선의 최강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정말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창조하고 이뤄낸 것들이 정말 놀랍다"면서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기에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미국은 (조선업에서) 가장 큰, 1등이었지만 이후 일련의 매우 나쁜 결정들이 있었고 관심도 부족했기에 더 이상 배들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박 건조는 필수적인 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와 다른 여러 곳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들이 들어와 미국에서 배를 함께 만들고 있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박 건조를 시작할 것이고,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 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국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안보 문제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미 관계는 동맹의 현대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서 자체적 방위 역량을 키울 생각"이라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현재 방위비 지출 수준은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사실은 압도적으로 많고, 전 세계에서 군사력 평가로 5위라고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의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달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고,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우리 한반도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선 해당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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