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한국은 3전 0승→조별 탈락인데... 북한 축구, 월드컵 8강 진출→대회 2연패 순항
(베스트 일레븐)

세계 여자축구 무대에서 남북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디펜딩 챔피언 북한은 개최국 모로코를 상대로 무자비한 공격력을 뽐내며 8강 진출을 확정했고, 한국은 조별리그 무승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정상과 하위권, 같은 한반도지만 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북한은 2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2025 FIFA U-17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를 6-1로 대파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유정향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고, 김원심과 리경임이 연속골을 넣어 전반 20분 만에 3-0으로 달아났다.
이어 상대 수비수 디옌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전반전 스코어는 4-0. 이미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후반전에도 북한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리진아가 프리킥으로 다섯 번째 골을 넣었고, 유정향이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경기 종료 직전 모로코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결과는 북한의 6-1 완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조별리그 3전 전승(9득점 1실점)에 이어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5득점 2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남긴 북한은 단연 우승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경기 후 박송진 감독은 "선수들은 아직 어리지만 매 경기 성장하고 있다. 신체 능력, 전술 이해, 정신력이 모두 수준급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북한은 이미 세계 여자축구의 '강호'로 자리 잡았다. FIFA 여자 랭킹에서도 유럽 전통 강호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유지 중이며, U-17 여자월드컵에서는 2008년 초대 대회, 2016년, 2024년에 이어 이미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연패,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선수들의 개인 기술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전술 이해도와 강한 압박력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다.

반면 한국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조별리그 E조에서 1무 2패 승점 1로 3위를 기록했지만, 각 조 3위 팀 중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에서 0-1로 패했고, 앞서 코트디부아르와 1-1로 비기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스페인전에서는 0-5로 완패하며 국제 경쟁력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로써 한국은 2018년, 2024년에 이어 2025년 대회까지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이어갔다.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에서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영광의 기억은 이제 아득하다. 당시 팀은 조직력, 기술, 체력의 조화가 완벽했지만, 지금의 대표팀은 그 어떤 요소에서도 균형을 찾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문제는 명확했다. 수비에서는 기본적인 위치 선정과 커버가 흔들렸고, 빌드업 과정에서는 압박 한 번에 무너졌다. 공격 전환 시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개인 돌파나 침투 플레이에서도 위협적인 장면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팀 전술 완성도의 부족이 뼈아팠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팀으로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 여자축구 내에서도 격차는 확연히 드러났다. 북한, 일본, 중국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한 가운데 한국만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북한이 세계 정상급 팀들과 경쟁하는 반면,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주도권을 잃었다.
이제 북한은 일본과 콜롬비아의 16강전 승자와 8강에서 맞붙는다. 2연패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탄탄하다. 반대로 한국은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냉혹한 결과 앞에서 다시 처음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15년 전 세계 정상에 올랐던 그때의 영광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이름값이 아닌, 기본기와 체력, 전술의 재구성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치밀하고 강인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행보가 찬란할수록, 한국의 침묵은 더 깊게 울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협회, 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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