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투자받아 웨스팅하우스 돕겠다는 美… 한수원 합작 논의는 물거품?
미국 정부도 웨스팅하우스 건설 투자 발표
‘원자력 발전 르네상스’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신규 원자로 건설 사업에 1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 등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다만 이 발표가 일본의 대미(對美) 에너지 투자 공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해온 웨스팅하우스가 미쓰비시중공업·도시바 등 일본 기업과 협력을 먼저 강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한수원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웨스팅하우스 원자로 건설에 115조원 조달
28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웨스팅하우스 대주주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카메코와 구속력 있는 기본합의서(Binding term shee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원자로 건설에 대해 80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인허가 절차를 지원한다. 대신에 미 정부는 175억달러(약 25조원)를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받을 권리를 확보했고,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43조원)를 넘어서면 기업공개(IPO)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당 분야 기업에 정부 자금을 넣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 국방부가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약 5733억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취득했고, 8월에는 인텔에 지원금을 주는 대가로 이 회사 지분 10%를 받기로 했다.
웨스팅하우스 투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자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4배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원자력 산업 육성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에너지 주권을 재건하고,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약속했고, 이제 그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韓 기업에 기회지만…합작 논의하던 한수원은?
시장에선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국내 주요 원전 기업의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30년 넘게 중단해 자국 내 원전 건설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다. 주기기와 보조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 건설을 담당하는 현대건설 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젝트 생애주기 관리, 불완전한 설계, 시공성 등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 투자에 쓰일 자금 일부가 일본에서 온다는 점은 미국과 원전 분야 협력 강화를 추진해온 한국 정부에 악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해왔으나, 지난 8월 이후로는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전날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미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쓰비시·도시바·IHI 등 일본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 투자 의향을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WP는 이 일본 투자금 일부가 미 행정부의 웨스팅하우스 지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일 관세 협정 타결로 일본 자금이 미국 내 원전 건설에 쓰이게 됐다”며 “돈도 있고 사업 파트너도 구하게 되면, 웨스팅하우스로선 한수원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과거부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며 “원전 시장 공략을 개별 국가 홀로 하기 힘든 만큼 한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협력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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